미국 백악관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미군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백악관은 그러나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해 즉각적인 군사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은 25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정보기관이 조사한 결과 시리아 정권이 소량의 사린가스를 사용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백악관은 정보기관이 인체 표본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시리아 정권이 최소 두 차례 사린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이날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대 시리아 정책도 일대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 동안 시리아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선(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이를 넘을 경우 군사개입을 하겠다고 수 차례 경고해 왔다. 존 맥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백악관의 서한에 대해 "시리아가 금지선을 넘은 것이 명백해졌다"며 군사행동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에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시리아 정부군과의 무기거래 금지, 반군 무장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화학무기 사용량이나 피해 규모가 확실치 않아 미국이 당장 군사개입에 나서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백악관은 서한에서 "정보기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행동을 위해서는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증거를 면밀히 조사할 의무가 있다"며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시리아 반군 및 각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성토하면서 무력개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누구든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어떤 국가든 무력간섭을 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시리아 정부에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단 입국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조사단이 대기 중이며 24~48시간 내 파견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수도 다마스쿠스, 홈스 등 8곳에서 신경성 독가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사용 의혹이 제기된 사린가스는 독성이 시안화물(청산가리)의 500배 이상으로, 소량만 마셔도 사망에 이르는 맹독가스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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