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서던매소디스트대학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헌정식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지미 카터, 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까지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부인들과 나란히 앉았다. 서로 성향이 다른 전현직 대통령 5명 모두가 초당적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헌정식장은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퇴임 대통령인 부시의 치적을 나머지 4인이 낭송하는 행사 같았다. 오바마와 클린턴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무려 11차례 그를 칭찬했다. 부시는 이민개혁과 에이즈 퇴치를 이끌고 9ㆍ11 사태에서 나라를 구한 불굴의 지도자로 불렸다. 부시의 최대 약점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발언은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바마는 "집무 첫날 책상 위에 놓인 부시의 편지를 읽고 대통령직이 아주 겸허한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특유의 재치와 농담으로 폭소를 이끌어낸 클린턴은 "논쟁과 다름은 모든 자유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5명이 모인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라크 전쟁을 가장 신랄히 비판했던 카터도 "부시가 수단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아프리카를 지원했다"고 칭찬했다.
퇴임 이후 4년 동안 침묵하며 여론의 비난을 감수했던 부시는 회한에 젖은 듯 눈물을 떨궜다. 부시는 "자유의 혜택 중 하나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내가 그런 훈련을 할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시는 딕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해 "당신을 친구로 둬 자랑스럽다"고 변함없는 애정을 표했다. 그는 연설 마지막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자리에 앉아 눈물을 훔쳤고 국가를 부를 때는 얼굴 위로 눈물이 흘렀다. 분홍색 양말을 신고 휠체어를 탄 채 등장한 아버지 부시는 "아주 특별한 날"이란 소감만 짧게 전했다. 약 3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밝은 표정이었다. 명문 부시가의 안주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두 명의 대통령이면 충분하다"는 말로 둘째 아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2016년 대선출마에 반대했다. 당적과 정쟁을 초월한 전현직 대통령들의 칭찬과 찬사 릴레이는 1시간 동안 계속됐다. 행사에 초청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4번째 외빈으로 소개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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