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기다린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타인의 은밀한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런데 그게 과연 주체적인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는지. 얼마 전 어떤 유명한 작가의 사생아에 대한 이야기가 온라인의 가십란을 가득 채웠다. 내 눈엔 당사자가 좀 심하게 매도 당한다 싶었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고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새삼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른 셈이다.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우린 총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니 함부로 억측하는 건 삼갈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다.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바라보고 진지하게 사는 사람들일수록 남의 얘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가진 스토리와 드라마만으로도 이 세상은 충분히 풍요롭고 흥미로우니까. 무료하고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들일수록 자기 삶을 방치하고는 오로지 지인의 발병이나 부고, 연애, 결별 따위의 소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그 소문의 누추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타인의 인생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누가 누구와 잤다는 얘기, 누구에게 아무도 모르는 자식이 있더라는 얘기, 누가 누굴 흉보더라는 얘기 같은 거 퍼뜨리는 사람치고 자기 앞가림 제대로 하는 사람 못 봤다. 그런 얘긴 입에서 입으로 전하지 마라. 참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다만 당신 자신에게 있었던 일, 당신이 보고 들은 일을 말하는 게 좋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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