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입단 19년째에 접어드는 중견기사 이희성(31)이 연초부터 연승가도를 질주하더니 다승, 승률, 연승 3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요즘 이상하게 바둑 공부가 너무 잘 돼요. 하루 종일 바둑판 앞에 앉아 있어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성적이 좋아졌는지 이희성은 24일 현재 20승2패, 승률 91%를 기록 중이다. 얼마 전 17연승을 달성해서 일찌감치 올해 연승상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3년 만에 KB리그에 복귀했고 국수전과 바둑왕전 본선에도 올랐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최근에 15kg 정도 뺐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동료기사들과 농구를 해요." 10여 년 전에 시작할 때는 목진석, 안조영, 김만수, 조한승 등과 함께 했지만 요즘은 이원영, 박준석, 안성준, 이원도 등 후배들로 파트너가 바뀌었다. "저녁엔 안양천 변에서 조깅을 하죠. 몸이 튼튼해지니까 잠도 잘 자고, 바둑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이희성은 1995년에 입단해 2004년 오스람코리아배 신예기전서 우승했고 이후 각종 기전에서 꾸준히 활약하면서 2010년에는 랭킹 19위까지 올랐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전성기였다. 한데 갑자기 엄청난 슬럼프가 찾아 왔다. 잘못된 만남 때문이었다. 이후 3년여 동안 걷잡을 수 없는 방황이 계속됐다. 랭킹도 60위권으로 뚝 떨어졌다.
-어떻게 슬럼프를 벗어났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올 초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혜민 스님의 에세이집을 비롯해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문득 마음에 끼었던 먹구름이 말끔히 걷히는 느낌이 들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바둑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신자라던데 백일기도라도 하신 모양이다.
"당연히 어머니 덕분이죠. 백일기도가 아니라 365일 매일 저녁 저를 위해 기도하셔요. 저도 이제 아무 생각 않고 그저 열심히 바둑에만 전념하렵니다."
올 초부터 한국기원 근처 충암연구실에 다시 나간다. 어언 10여 년 만이다.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혼자서 기보를 놓아 보다가 후배들과 함께 연구회에도 참여한다. 지난 22일 GS칼텍스배 결승3국이 벌어진 날에도 저녁 늦게까지 관전하다 대국이 끝나자마자 급히 대국장으로 달려와 대국자들과 함께 열심히 복기를 했다.
19일 열린 KB리그 첫 경기서는 자신의 주특기인 장고바둑에 출전해 승리했다. 팀이 지는 바람에 다소 빛이 바랬지만 오랜만에 KB리그에 복귀한 후 거둔 첫 승리여서 스스로에게 무척 큰 힘이 됐다.
"당장 어떤 걸 어떻게 이뤄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어요. 그냥 바둑 공부가 재미있고 바둑 두는 게 좋아요. 아무 잡념 없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에요."
아버님은 서울 대림동에서, 어머님은 경기도 산본에서 20년째 기원을 운영하는 진득한 바둑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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