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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범 닮았다고… 마녀사냥 당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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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범 닮았다고… 마녀사냥 당한 시민들

입력
2013.04.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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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틀 뒤인 17일 '서닐 트리파시'라는 이름이 트위터 인기검색어 목록에 올라왔다. 브라운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22세의 이 청년은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의 사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졸지에 인터넷에 신상과 사진이 공개되고 테러범으로 지목됐다. 인도계 혈통이어서 무슬림처럼 보이고, 지난달 16일 이후 실종상태라는 이유가 컸다.

최근 진범이 잡히고 23일 트리파시가 프로비던스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무고한 청년에게 테러범 딱지를 붙인 인권유린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리파시가 한창 테러범으로 언급될 때 그의 가족은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1면 등에 주요기사로 트리파시의 신원을 공개했다. 고교생 살라 에딘 바르훔(17)도 중동계로 보이는 생김새와 보스턴 마라톤 현장에서 모습이 잡혔다는 이유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뉴욕포스트는 이 사진을 1면에 크게 실었다. 경찰은 흰 모자와 가방을 등에 맨 용의자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런 차림에 생김새가 중동인과 비슷하면 무차별적으로 테러범으로 지목됐고 언론은 확인없이 확대 재생산했다.

인종적 편견에 따른 인권유린 논란은 수사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연방수사국(FBI) 등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대학생이 테러현장에 있었다는 이유으로 구금해 조사하고 압수수색을 했다. 폭스TV 등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른 부상자처럼 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던 그는 현장에서 종이백을 들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는 하루 만에 무혐의로 풀려났다.

미국의 뉴스 공유사이트 레딧의 총괄 매니저 에릭 마틴은 용의자를 색출해 내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마녀사냥이 자행된 것에 대해 24일 공식 사과했다. 레딧은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사진, 영상 등을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작 사과해야 하는 언론들은 전혀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뉴욕포스트는 자신의 오보를 옹호하는 기사까지 실었다. 워싱턴포스트의 미디어비평가 에릭 웸플은 '젊은이, 제발 뉴욕포스트를 고소해 주게'라는 글을 통해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한편 미국 경찰이 19일 이번 테러의 진범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와 조하르 차르나예프(19) 형제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전을 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를 인용, 타메를란이 사망한 총격전에서 형제는 한 개의 권총만 가지고 있었고, 이후 주택가의 요트에 숨어들어간 조하르는 아예 비무장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타메를란 사망 당시 중무장한 범인들이 폭탄을 던지면서 총 250번의 총격이 오갔다고 발표했다. 또 조하르를 체포할 때도 한 시간 가량의 교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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