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생한 방글라데시 건물 붕괴로 인한 사망자가 170명을 넘어서면서 현지 의류공장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AFP통신은 무너진 8층짜리 라나 플라자 빌딩에 입주해있던 의류공장 관리인이 경찰과 근로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근로자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고 보도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건물은 23일 오전부터 균열이 심각했다. 위험을 감지한 상점과 은행들은 다음날 문을 닫기로 했으나 의류공장은 직원들에게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오전 건물 외벽의 금은 더 심해졌다. 근로자들이 공장 측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 문제 없으니 가서 일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생존자인 아브두르 라힘은 “관리인이 균열은 걱정 말라고 해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며 “이후 1시간도 안돼 건물이 무너졌고 정신을 차려 보니 바깥이었다”고 말했다.
의류공장 3곳과 상점 200여 곳이 입점된 건물이 초토화하면서 사망자는 25일 현재 175명으로 늘었다. 건물 주변은 생존자를 찾는 구조대와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공장주들은 사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사고 당일 균열을 감지하고 공장주들에게 공장을 폐쇄하라고 말했으나 그들이 요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1월 의류공장 창고에서 불이 나 112명이 사망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일어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는 낮은 임금과 안전시설 미비 등 최악의 노동 환경으로 악명높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되는 값 싼 의류를 납품받는 해외 기업들이 이를 묵인해 열악한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무너진 라나 플라자 내 공장들도 유럽과 미국의 의류업체에 옷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영국 프라이마크, 스페인 망고, 이탈리아 베네통, 미국 드레스반 등 의류 기업과 월마트, 봉마르셰(백화점), 마탈란(마트) 등 유통사들이 이 공장의 고객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프라이마크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납품 받은 적이 없다”거나 “납품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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