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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인간애만이 유일한 힐링·희망" 새삼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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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인간애만이 유일한 힐링·희망" 새삼 일깨워

입력
2013.04.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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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미제라블'이 뮤지컬 영화의 기록을 세우며 흥행한 덕분에 소설 도 다시 주목 받았다. '레밀리터리블' '레스쿨제라블' 등 패러디 동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OST는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고, 김연아 선수까지 피겨스케이팅 주제로 '레미제라블'을 연기하며 열풍에 합세했다.

은 한 죄수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장 발장의 변화된 삶 때문이다. 전과자로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온갖 고난과 편견을 극복하고 스스로 속죄해 완전한 인간이 된다는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은 힐링이라는 공감을 끌어냈다.

제목의 '미제라블(miserable)'은 '비참, 불행'을 뜻한다. '레 미제라블'이란 경제적 빈곤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뿐 아니라 도덕적, 감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작가는 이들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영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나락의 밑바닥에 떨어진 불쌍한 사람들, 법률로부터 버림받은 자들"이라고 표현한다.

소설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뒤바뀌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 변화의 중심에 미리엘 주교가 있다. 모두들 장 발장을 범죄자라고 거부할 때 은촛대까지 내어주며 "왜 가져가지 않았냐"고 하는 장면은 무감각했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일깨운다. "올바른 삶을 살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고 이 선물을 준다"는 신부의 당부는 장 발장에게 새 삶의 열망을 이끌어낸다. 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새기게 한다. 사랑에 눈뜬 장 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삶을 산다. 인간애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사상이 작품을 관통한다.

그런데 최근의 레미제라블 열풍은 문화의 욕망일 뿐 그 안에 사랑이 없었다. 레미제라블에서 시작된 힐링 열풍이 겉치레에 불과했음을 우리 사회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도벽을 고치겠다며 보육원생을 나무에 묶어 구타하고 땅에 파묻기까지 한 보육교사들의 집단 폭력사건이 보도되었다. 훈육 방법이 욕설과 폭행, 학대일 때의 문제점은 많이 드러났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나 신체 학대를 당한 피해자는 자라서 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학대 피해자-가해자 가설'은 이미 알려진 이론이다. 아동 학대를 방치하면 사회적 폭력으로 발전한다.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문화 욕망과 실제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레미제라블의 자베르를 통해서 논리와 조직만으로 행복이 가능하지 않음을 보았다. 이는 사회 변화 이전에 인간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함을 말한다. '내가 절망했을 때 그는 희망을 주었고 삶을 살아갈 힘을 주었네' 라는 장 발장의 고백은 이제 방치된 아이들의 대사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누군가에게 미리엘 신부가 되어주는 것이 간호이다. 인간과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간호의 본질이다. 문화를 콘텐츠로 삼아 사랑을 실천하는 간호를 할 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가천대 외래교수, 간호사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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