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열심히 할 때 발목 잡는 건 정부 역할 망각… 지도자 연석회의로 소통확대日 우경화로 아시아 흔들어… 일관된 원칙으로 풀어갈 것동북아 '서울 프로세스'는 다자협력 체제구축 구상… 원자력협정 논의는 계속북한 개방 위해 노력할 것… 봉쇄ㆍ대화 양자택일 안해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내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46명과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인사와 관련, "인사시스템을 좀 더 철저히 정비해서 앞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장관 등이) 자주 바뀌어 일 하다가 마치기 전에 새로 (교체)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 때 약속했던 국가지도자연석회의도 시작하겠다"며 소통 행보를 확대할 의사를 밝혔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불합리한 관행들, 약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리는 나쁜 관행들을 바로잡아 자기가 노력하면 그만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꼭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일 관계를 비롯해 개성공단 사태, 경제민주화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경제 부흥과 좋은 일자리를 위해 정책 고민을 많이 하고 있으며 이것이 제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요술램프를 함께 발견한 편집장하고 기자가 소원을 빌었는데 기자는 '돈 걱정 없이 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해 붕 날아가서 으리으리한 집에 살게 됐고, 다음에 소원을 빈 편집장은 지금 기사 마감시간이 급하니 그 기자 좀 빨리 돌려 보내달라고 해서 기자가 다시 돌아왔다는 유머를 소개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주제별 발언 요지.
일본 우경화와 한일관계
한일 관계는 협력적 관계이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역사 인식이 바르게 가는 것이 전제되지 않고 과거 상처가 덧나게 되면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지혜롭고 신중하게 해 나가길 바란다. 우리 세대가 안고 있는 아픔과 걸림돌이 후세에게 그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정리하고 끊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바른 역사적 성찰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한국의 입장이다. 정부는 항상 일관되게 원칙을 가지고 해 나가겠다. 우경화가 계속되면 동북아,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도 굉장히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이는 일본으로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일본이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개성공단 등 대북 문제
개성공단 문제는 하루속히 정리돼야 한다. 식자재 반입도 20일째 허용 안돼 거기 남아있는 우리 국민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이 예측 불허 행동을 해서 어떻게 세계인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는 남북관계가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는지 하나의 시금석이다.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지만 과거와 같이 퍼주기 식의 해결은 있을 수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노력해야지 퍼주기를 한다거나 적당히 넘어가는 일은 새 정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다. 지금 북한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신뢰프로세스는 하나의 진행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 도발엔 단단히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원칙이 있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련 없이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서 노력을 계속하겠다. 저쪽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선택한다면 점점 더 큰 신뢰로 나아가서 더 큰 협력 관계를 이뤄나가겠다.
한반도 통일 문제
(신뢰프로세스가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당연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부르며 자랐고 통일이 꼭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 4대 국정목표에 들어가있는 점을 상기해달라. (북한이) 계속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되면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자고 하면 원칙이 무너지고 더 비정상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벼랑 끝 협박ㆍ위협하면 지원해주고, 또 그렇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협박에 대해선 어떤 대가도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무원칙하게 하진 않겠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한미 원자력 협정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일명 '서울프로세스'를 미국 방문에서 제안할 생각이다. 그것은 미국을 포함해 동북아 국가들이 다자협력체제를 만들어보자는 구상이다. 여기서 비정치적 사안, 즉 기후 변화와 대테러, 원자력 안전성 등에 관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 신뢰를 쌓고 이를 확장시키자는 것이다. 물론 북한도 참여할 수 있다. 그 동기는 아시아 패러독스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 상호 의존도는 높지만 안보나 영토 문제로 분쟁 소지가 많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니 그것을 극복해보자는 취지다. 봉쇄냐 대화냐 차원을 넘어 그런 구상 안에 북한도 들어와 공동 이익부터 노력하면 나중에 더 큰 일도 해나갈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구상이라고 공감을 많이 표했다. 원자력협정이 개정되지 않고 공백 상태가 되면 원자력 발전에 장애가 된다. 3개월마다 회의를 하도록 정해져 있다. 의미 있는 진전도 있었고 미국에 가서 더 얘기 할 수 있다.
인사시스템 논란과 친인척 관리
관련 인사에 대한 존안 자료도 없고 전같이 측근 코드 인사가 아니라 그 분야 전문가, 새로운 전문가를 찾다 보니 전문성은 됐는데 개개인 사적인 일까지 미처 챙기지 못해서 그런 일도 생겼다. 앞으로 인사시스템을 정비해 자료도 상시 보완하겠다. 임명장을 주면서 한 분 한 분에 대해 정말 생각을 많이 했다. 아주 힘들게 선정했기 때문에 자주 바뀌진 않을 것 같다. 공무원들 순환보직으로 너무 자주 바뀐다. 정무직은 바뀔 수 있으나 외국 협상 등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몇 년을 계속 있도록 하는 투트랙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전문성을 보고 인선했다. 나머지 금융지주는 아직 하지 않았으니 지켜봐 달라. 친인척 관리를 위해 제도적으로 특별감찰관제, 상설특검을 도입해서 그런 것이 근본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무엇보다 제가 명심을 해서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창조경제ㆍ경제민주화ㆍ비정규직 문제
선거 기간 여러 곳을 다녀보니 (국민이) 너무 힘들어 하더라. 그 얼굴의 주름살을 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시작한다. 중산층 70%, 고용률 70%, 그것도 좋은 일자리로 채울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 그게 제 존재의 이유다. 지금은 1분기 수출이 증가세이고, 경상수지도 13개월 연속 증가세다. 기본적인 것들은 그래도 믿을 수 있다. 생각만 잘하면 일자리는 나올 수 있다. 심지어 규제도 일자리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고용 정책과 복지를 통해서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함께 가며 선순환으로 같이 돌아가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위한 창조경제는 같이 가야 성공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흔히 제재를 가하고 억누르는 쪽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모든 경제 주체들이 신명 나고 노력하면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자는 것이다.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약자 배려는 하겠다. 내가 기술을 개발해도 뺏기게 된다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어떻게 성장이 가능하겠나.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이루겠다. 무역투자진흥회의도 분기마다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창조경제박람회도 자주 열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용기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규제가 얽혀 있으면 더 힘들어진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주가 조작은 조세 정의 차원에서도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를 겨냥해서 망하게 하고 옥죄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기업이 열심히 할 때 발목 잡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관행적으로 불공정하게 된 부분은 배의 노력을 해 바로 잡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 통합을 해치고 경제활성화에도 역행한다. 심리적 위축을 갖게 해선 안 되고 지혜롭게 해야 한다. 반드시 꼭 해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 하면서 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근본적인 노력으로 지금 직무능력 표준을 만들고 있다.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소통 문제ㆍ지지율
정치인 중 저만큼 많은 국민을 만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합위, 청년위, 지역발전위 등도 조만간 구성을 완료해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갖겠다. 선거 때 약속했던 국가지도자연석회의 발표를 시작해서 각계 지도자 말씀도 듣고 안보ㆍ경제자문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 언론 칼럼과 인터넷 기사 밑의 평(댓글)도 본다. 그런 것이 다 하나의 국민들 생각이다. 다양한 생각들을 균형 있게 살펴보고 있다. 지지 받을 때도 있고 (지지율이) 정체될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지만 촌음을 아껴 일할 일만 남았다.
정리=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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