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기업인이 오랜 전쟁을 겪은 이라크에 총 839억원을 받고 쓸모없는 가짜 폭탄탐지기를 팔아온 혐의(사기)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쟁으로 피폐한 이라크 국민의 생명을 놓고 사기 행각을 벌인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24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경찰 출신 기업인 제임스 맥코믹(57ㆍ사진)은 지난 수년 동안 이라크 정부에 7,500만달러(약 838억5,000만원) 어치의 가짜 폭탄 탐지기를 팔아왔다. 개당 20달러(2만2,000원)에 불과한 골프공 탐지기를 개조해 무려 4만달러(4,472만원)에 팔았다. 맥코믹은 이 장비가 모든 종류의 폭발물뿐 아니라 마약, 액체류, 숨어 있는 사람들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의 조사결과 이 장비는 안테나가 전원에 연결돼 있지 않았고, 폭탄감지 능력도 없었다. 이 장비를 시험한 전문가들은 "완전히 사기이며, 수치스럽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맥코믹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350만파운드(60억원)의 주택, 60만파운드(10억원) 요트, 200만파운드(34억원) 농장 등을 사들였다. 경찰은 그의 은닉 재산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 관리가 뇌물을 받고 이 장치를 사들였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라크 내무부에서 폭발물 관리 책임자로 일해온 지하드 알자비리 소장은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이다.
영국 올드베일리 법원은 이날 맥코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맥코닉이 신청한 조건부 보석에 대한 결정은 다음달 2일 내릴 예정이다.
이 장치는 이라크뿐 아니라 파키스탄 레바논 멕시코 태국 등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에도 다수 수출됐다. 영국 경찰은 "이 장치 중 일부는 아직도 현지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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