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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려되는 보험사기의 온정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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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려되는 보험사기의 온정적 시선

입력
2013.04.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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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빠 직업은 환자입니다. 병원으로 출근해서 열심히 돈을 버는 튼튼한 우리 아빠. 저도 커서 아빠처럼 환자가 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험사기의 실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풍자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이 문구는 지난 연말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2012 보험사기 방지 홍보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하나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사기의 폐해와 근절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홍보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공모전을 통해 우수 수상작을 발굴, 보험범죄예방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보험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보험업계와 함께 '보험범죄신고포상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건당 신고포상금 한도를 5억원으로 올렸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험사기가 과거보다 더욱 조직화, 지능화, 흉포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남지역에서는 혐의자가 총 1,361명, 사기금액이 약 9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보험사기가 적발된 바 있다. 보험사기가 더 이상 개인적 범죄에 머물지 않고 점점 조직화 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각종 범죄와 연계되는 보험사기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엔 해외영주권자들이 해외여행 중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해외여행보험 가입 후 영주권을 취득한 국가에서 일상생활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이처럼 최근의 보험사기는 보험을 잘 아는 보험업이나 운수업 종사자에 국한되지 않고 현직교사, 청소년, 회사원, 해외영주권자 등 직업, 연령 및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보험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보험사기 적발실적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8만3,181명, 적발금액은 4,533억원으로 2011년의 7만2,333명, 4,237억원 대비 1만848명(15.0%), 296억원(7.0%) 늘었다. 이는 최근의 대형 살인사건 대부분이 보험사기와 연관 있고, 보험설계사 등 일부 보험모집 종사자들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이를 전파하는 등 아직도 보험사기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는걸 반증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지난 5년간(2008~2012년) 보험범죄판례 1,017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형사처벌을 받은 피의자들의 비율은 벌금형 51.1%(806명), 집행유예 26.3%(415명), 징역형 22.6%(357명)로 징역형의 비율이 낮았다. 보험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를 2007년과 비교할 때 벌금형의 비율이 대폭(28.4→ 51.1%) 늘어난 반면 집행유예(46.9→ 26.3%)와 징역형(24.7→ 22.6%)의 비율은 감소해 처벌이 오히려 약화하는 추세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보험회사 임직원이나 보험설계사 및 보험대리점 등 보험업 종사자들의 보험사기를 금지하는 보험업법개정안과 보험사기죄를 형법상 일반사기죄와 별도로 규정하는 형법개정안이 발의됐다. 금융당국도 보험사기조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 해당법률이 개정될 경우 보험범죄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험사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온정적 시선이 바뀌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국민들의 보험료를 강탈해 가는 중대 범죄로서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될 때 비로소 보험사기가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직업이 환자인 아빠를 닮겠다는 우리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본다.

정준택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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