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업무보고를 통해 공정경제 정책 청사진을 냈다. 대기업 내부거래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담합 및 하도급 비리 근절, 집단소송제 도입 등 그 동안 논의된 대기업 불공정행위 근절책이 망라됐다.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인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부당내부거래로 자동 간주하는 '30% 룰'은 과잉규제 논란 등을 감안해 시행치 않기로 했다. 대신 총수 일가의 사익(私益) 편취 3대 유형을 법에 명문화해 강력 대처키로 한 점은 눈에 띈다.
그 동안 수직계열화에 따른 대기업 계열사 간의 정당한 거래까지 부당내부거래로 규제할 것이냐가 논란이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해당하는 사안 등만 예외적으로 처벌한다는 '원칙적 허용, 예외적 규제'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담합엔 과징금 실질부과율을 대폭 높이고, 하도급 비리엔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대처키로 했다. 불공정행위 고발권을 중소기업청과 감사원, 조달청 등에도 부여한 것이나 집단소송제 도입 등은 예정된 사항이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3대 유형은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개인에 대한 지원행위 ▦계열사 간 순수 일감몰아주기 ▦총수 일가의 사업기회 유용행위 등이다. 3대 유형의 명문화 추진은 현행법으론 총수 일가가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가로채는 '사업기회 유용' 등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재계는 기업 옥죄기식 규제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라는 협박성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의 계획은 하나같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고혈 짜내기, 총수의 부당한 회사이익 편취 같은 후진적 고질병을 없애자는 수준에 불과하다. 구태경영을 개선하는 것도 대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약인 만큼 공정경제 정책은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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