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길릭 국내 첫 개인전허스트 등과 yBa 일원 활동2009년 베니스비엔날레독일관 작가 선정 獨스타로공간·관객 포함한 '관계미술'은도에 두츠 개인전그룹전 출품후 세네갈서 이주佛 정착·활동하며 국적 취득작가로서 정체성 고민반추상·낙서화 등 20점 담아
독특한 이력의 두 해외 작가가 나란히 개인전을 연다. 영국 출신으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을 꾸몄던 설치작가 리암 길릭(49), 세네갈 출신으로 프랑스 국적을 갖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은도에 두츠(40)다. 출신지와 활동무대가 다른 이들은 각 나라의 특징을 섞은 독특한 화풍으로 자리매김했다.
리암 길릭 전
영국출신인 리암 길릭이 유명세를 탄 것은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작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1993년 백남준에 이어 외국작가로는 두 번째 독일관 작가로 선정됐던 리암 길릭은 사실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마크 퀸 등 1980년대 말 영국 젊은 작가들을 뜻하는 yBa(young British artist)의 일원으로 활동한 현대영국미술 대표작가였다. 그런 그가 독일과 인연을 맺은 건 작가가 디자인 한 설치작품을 제작하는 장인들이 베를린에 포진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활동무대를 그곳으로 옮겼다.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5월 22일까지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 '다섯 개의 구조와 뱃노래'는 현대건축물이나 도시개발문제에 관한 작가의 관심을 담고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건물의 부수적인 요소인 난방장치나 가건물 같은 형태의 입체 작품을 선보이고, 벽면을 종이 삼아 영국 뱃사람들의 노동가 '행잉 조니(Hanging Johnny)'의 일부를 기록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소 휑한 풍경에 당황하게 된다. 급격한 도시 개발에서 모티프를 얻어 가건물 형태로 만든 설치작품과 영국 뱃노래 가사를 새긴 벽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근대화 과정의 풍경을 재현한다. "한국 관람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설치 작품"이라는 작가의 말을 들으면, 한국의 급격한 도시개발과 우리의 민요 뱃노래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리암 길릭은 1990년대부터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관람객의 태도 등 전시회의 조화를 고려하는 '관계 미술'을 선보이는 작가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진희 갤러리 인 팀장은 "길릭은 스스로 데미안 허스트 같은 yBa 작가들과 자신을 구분한다. 길릭의 설치작업은 전시 공간, 관람객의 태도 등을 작품의 범주로 넣는 '관계 미술'로 정의되는데,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02)732-4677.
은도에 두츠 전
은도에 두츠는 아프리카 출신 작가로는 드물게 한국에서만 4차례 개인전을 가지며 국내에 꽤 알려졌다. 다카르 국립예술학교 출신의 두츠가 프랑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아프리카 출신 작가의 그룹전 '아프리카 리믹스'에서 초청되면서다. 이듬해 다카르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이 유럽예술위원회의 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개의 아프리카 작가들이 구상화, 그 중에서 인물화에 집중하는 반면, 두츠는 서민지역의 무질서한 모습을 보여주는 도시 풍경을 주로 그려왔다. 동양의 수묵화처럼 보이는 두츠의 그림은 그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반추상 회화로 변했고, 지난해 국적 이전을 고민하며 미국의 장 미셀 바스키아의 낙서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장은 "지난 해 프랑스 정부의 권유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며 "작가로서 정체성 변화를 고민이 최근 작품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인사동 통큰갤러리에서 5월 28일까지 열리는 '두츠, 아빠의 그림일기'전은 이런 변화를 담은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2009년 딸이 태어난 후 '딸 바보'가 된 작가의 생활과 느낌을 화폭에 담았다. 단순한 일러스트에 주황, 파랑, 검정을 대비시킨 반추상화는 여백을 극대화시키거나, 반대로 얼굴모습을 화면에 가득 채우기도 한다. 최근 작품에 유독 물고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의 성(姓) '은도에(Ndoye)'는 세네갈어로 물고기란 뜻이다. 딸과 함께 주로 시간을 보낸다는 자동차가 작품에서 유독 크게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다. (02)732-3848.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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