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3년 과정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생처럼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것이다. 2009년에 사법시험 폐지 등을 담은 변호사시험법 제정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산하 법조인력양성제도개선 소위원회가 예비시험 도입 여부를 논의한 바 있다. 최근 정치권과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이 제도 도입을 들고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예비시험 도입은 사법시험 부활이나 마찬가지여서 '고시 낭인'의 폐해를 없애려 도입한 로스쿨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 학기에 1,000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엄두도 못내는 어려운 계층을 위한 기회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의견도 양분된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싼 학비 문제는 국가가 학비와 3년간의 생활비를 무이자로 대여해 주면 해결될 일"이라며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전문 법률가를 길러내자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예비시험은 불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최정일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변호사 예비시험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제도"라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라도 자기 노력 여부에 따라 충분히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맞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학비 비싸 못 가는 경우 많은데… 법조인 문호 차별은 국민 법 감정에 배치"
●찬성 최정일 동국대 법학과 교수
現 제도 서민 응시 기회조차 차단직업선택의 자유·평등권 포함기본권 침해 따른 위헌소지 다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변호사 예비시험의 도입에 찬성한다. 필자가 보기에 현행 로스쿨을 중심으로 한 현행 법조인력양성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이는 거꾸로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행제도는 일반국민의 법 감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전국 사립대에 설치된 로스쿨의 2012학년도 연 평균 등록금은 약 2,200만원이다. 과중한 학비부담으로 서민 자녀들은 진학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예 법조인이 될 기회조차 원칙적으로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현행제도는 국민 법 감정의 지지를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도 "국민의 법 감정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건전성과 국민의 힘에 대한 보호와 같다"고 했다. 법률의 정당성 판별 기준이 되는 국민 법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로, 서민계층 자녀가 과중한 학비부담으로 로스쿨에 진학하기 어려워 법조인이 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현 제도는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공무담임권 및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여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판사 또는 검사로 임용되기 위해선 변호사 자격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과중한 학비부담 때문에 로스쿨을 다니지 못한다면 현행 '변호사시험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원천적으로 가지지 못하게 되므로 공무담임권(공직취임권)의 침해를 받게 된다. 왜냐하면 공무담임권은 공직에 취임할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 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직업 선택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여겨진다. 단순히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직업의 선택과 결정 자체를 제한하는 가장 강도 높은 심각한 규제에 속한다. 또한, 변호사시험의 합격을 조건으로 한 직업선택자격의 부여는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제한에 지나지 않지만, 과중한 학비부담 때문에 로스쿨을 다니지 못한 사람들에 대하여 변호사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서민자녀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객관적 사유에 의해 제한하는 것이다. 즉, 서민자녀들은 개인적인 노력에도 그 제한을 극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제한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심사에 그치지 않고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까지 따져보고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객관적 사유의 제한을 '월등하게 중요한 공익에 대해 입증할 수 있거나 고도의 개연성을 가진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독일의 취지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중한 학비부담 때문에 로스쿨을 다닐 수 없는 서민자녀들에 대하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실질적으로 봉쇄해버리고, 다른 완화대책을 거의 강구하고 있지 않는 현행제도는,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생각한다. 지금 제도로 인한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의 차별효과는 심각한 반면 로스쿨 졸업생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해야만 할 필요성은 긴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입법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과중한 학비부담 때문에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서민자녀들의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차별효과가 지나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 제도로 인한 차별로 초래되는 불평등 효과는 입법목적과 그 달성 수단 간의 비례성을 현저히 초과한다. 결국 과중한 학비부담으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서민 자녀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이런 맹점을 가진 지금 제도와 달리 변호사 예비시험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라도 자기 노력 여부에 따라 충분히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에도 합치될 뿐 아니라 로스쿨의 부작용을 충분히 보완하리라 본다.
"사시부활 다름없어$ 고시낭인 또 양산 로스쿨 학비지원 확대 등 대안 모색부터"
●반대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다양한 전문성 갖춘 법조인 배출로스쿨 나름의 장점 이미 검증법률지식 평가시험은 구시대적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예비시험을 통하여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자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대략 200명 내외 정도가 그 숫자로 예상된다.
로스쿨제도는 종래 사법시험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모아졌었다. 첫째, 합격자 숫자가 사회적 법률수요에 비하여 너무 적다. 둘째, 합격자들 대부분이 법학만 공부한 사람들이어서 법학 이외의 다른 방면에 무지하다. 결국 소수의 법조인들이 자신의 기득권에만 안주할 뿐, 급변하는 사회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는 비판이었다.
로스쿨제도는 그 대안으로 제시됐고, 실제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스쿨 입학생 정원은 2,000명, 변호사 합격자 숫자는 1,500명으로 증대됐다. 우리 사회의 법률수요를 감당하고 남을 숫자다. 변호사들은 더 이상 자격 기득권에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변호사 숫자 확대는 사법시험제도 아래에서도 가능했던 것이다. 로스쿨제도와 사법시험제도의 본질적 차이점은 변호사의 전문성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 변호사의 전문성은 로스쿨을 대학원과정으로 설치하고, 로스쿨 졸업생에게만 변호사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성취됐다. 변호사 자격의 관문인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로스쿨 입학시험에서는 법학에 관한 지식을 평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로스쿨에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대학졸업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이들이 법률적 소양을 갖춘 뒤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핵심인 것이다.
과거 법조인들이 단순히 법만 아는 법률기술자들이었다면, 로스쿨제도 아래에서의 법조인들은 학부에서 축적한 전문적인 전공지식을 기초로 '리걸 마인드'(legal mindㆍ법 논리)를 추가한 진정한 법전문가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법치주의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법조사회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기, 2기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과정은 이를 잘 보여주었다. 학부에서 법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보다는 법학 이외의 학문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들이 취업에서 훨씬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였음은 물론이다.
물론 로스쿨제도 실시 5년이 지나면서 그 부작용도 드러났다. 사회양극화의 단면이 로스쿨제도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를 잘 지적하고 있다. "로스쿨은 학비가 연 평균 2,000만원이나 든다"면서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사회취약계층 자녀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은 다시 사법시험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법학만 공부한 법조인들을 다시 만들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일이다. 사회취약계층 자녀들이 로스쿨 비용을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로스쿨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들 들어, 국가가 이들에게 로스쿨 학비와 3년간의 생활비를 무이자로 대여해 주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로스쿨은 취업을 전제로 한 제도이므로, 이들은 대여금을 어렵지 않게 갚아갈 수 있다. 비용의 관점에서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실시할 경우 소요되는 관리비용에 비하여 사회취약계층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이자비용이 훨씬 저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도 있다. 가령 건국대 로스쿨의 경우 전체 학생 학비의 75%에 해당되는 금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런 로스쿨에서는 사회양극화 현상을 크게 느낄 수 없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많이 지급하는 로스쿨은 정원을 늘려주고, 적게 지급하는 대학의 정원은 축소시키는 방안도 간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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