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가 23일 또 멈춰 섰다. 이번엔 경북 경주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압경수로형 100만㎾급)다. 20~30년 된 낡은 원전이 아니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품'이다.
더구나 고장원인은 지난해 8월 정지 때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후원전, 신형원전에 관계없이 워낙 자주 발전이 정지되고 있어 원전 운영의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이날 오전 7시 44분쯤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계통의 전자부품에서 고장이 발생, 가동 정지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31일 상업 운전 시작 이후 신월성 1호기에 고장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최신형 원전임에도 평균 석 달에 한 번씩 발전을 멈춘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작년 8월 정지 시에 고장부품의 원인을 분석해 성능시험을 마친 예비품으로 교체했고 이와 별도로 재발방지를 위해 6월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새 부품으로 전량 교체할 예정이었다"며 "기존 제품의 성능이 여전히 미흡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월성 1호기는 상업운전 19일 만인 지난해 8월19일 제어봉 구동장치 제어계통 고장으로, 12월29일에는 터빈제어설비 정비를 위해 발전이 각각 정지됐었다. 그 이전 시험 운전 단계에서도 발전소제어계통 오작동 등의 이유로 3번이나 정지된 바 있어 이를 합하면 고장 횟수는 총 6차례에 이른다.
원전 고장(또는 사고)은 최근 2개월 동안 벌써 다섯 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2월27일 월성 4호기에선 계획예방정비 도중 현장 작업자와 주제어실(MCR)의 부주의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냉각수 143㎏이 원자로 바깥으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달간 계획예방정비를 받았던 고리 4호기는 이달 들어서만 두 번이나 고장이 나 현재 발전을 멈춘 상태다. 영광 2호기도 이달 18일 계획예방정비 도중 교체한 저압 터빈 3개의 진동 수치가 높아 감발(출력을 낮추는 현상)에 들어갔고, 진동 교정 작업을 한 뒤 22일 발전을 재개했다. 한마디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작업을 수행해야 할 '정비' 과정에서 오히려 자꾸 문제가 터진 셈이다.
때문에 한수원의 원전운영 어딘가에 근본적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행히 '안전'을 위협할 만한 고장이나 사고는 아니었지만, '안정'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지난해 사고은폐와 부품조달비리, 위조부품 사용 등 한수원 내 만연한 기강해이와 비위가 드러났고 이에 대한 대대적 쇄신작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원전운영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월성 1호기가 위치한 경주지역 시민단체인 경주핵안전연대 관계자는 "이번 고장은 시험운전 동안 3차례나 고장이 나는 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신월성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결과"라며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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