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진 촌스러워…"
23일 김혜순(52) 안전행정부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국장이 맞딸에게서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다.
그는 이날 안행부 공무원노사정책 협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행부와 그 전신인 내무부ㆍ총무처를 통틀어 65년 만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본부 국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인사 내용이 알려지자 인터넷에 그의 증명사진이 공개됐는데, 딸이 가장 먼저 '촌평'을 보냈다.
"서강대를 나와 1991년 정무 제2장관실 소속으로 여성정책을 맡으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2년 공직생활을 거쳐오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어요. 하지만 직장과 가정 생활을 양립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2녀 1남, 3남매를 키웠는데 엄마가 돼서 아이들을 못 도와줘서 늘 미안했어요."
일하는 남성과 달리 일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히 높은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김 신임 국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성들의 불모지와 같았던 중앙 공무원 사회에 있으면서 안행부 윤리담당관, 감사담당관 등을 거칠 때도 그랬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 잘 하는 여성'이라는 꼬리표는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부담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흔히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잘 하려면 남성보다 여성이 2배 힘들다고 하지만 제 경험상 8배는 힘든 것 같아요. 뜻밖에도 아이들이 힘이 돼줬죠. 중ㆍ고등학생인 두 딸이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그러면 안돼'라고 말 할 때면 '네가 세금 내니'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아이들,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이 되자. 그게 공직자로서의 제 철학이라면 철학이죠.""
일 하는 엄마를 둔 때문일까. 두 딸도 책임감과 독립심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김 신임 국장은 자신이 '65년 만에 처음 탄생한 안행부 여성국장'으로 불리는 걸 달가워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는 "노사정책협력관이라는 자리가 이해관계가 다른 노ㆍ사 당사자들의 갈등을 해결해 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성의 공감능력이 장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첫 여성 국장이라는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일, 남성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 안에도 여성성뿐만 아니라 남성성도 있죠. 여성성과 남성성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기보단, 그것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65년 만에 일 잘하는 국장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한편으로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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