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드업계의 화두는 '비용절감'이다. 회원들에게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줄이고, 밴(VAN)사에 맡겼던 업무를 가져오려 하는 등 필사적인 모습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체제 개편으로 시작된 규제강화의 여파가 실적 하락으로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 1분기 카드승인실적 증가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낮게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업계 유일의 상장사인 삼성카드가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을 통해 카드사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66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1% 감소했다.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낮추면서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게 컸다. 여기에 올 초 무이자할부 중단으로 신용카드 사용도 줄어들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무이자할부 중단 등으로 신용판매수익이 492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중채무자의 빚을 줄여주는 국민행복기금 출범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높아진 것도 실적에 부정적이다. 연체율이 증가하면 카드사들은 부실대비 자금을 더 쌓아야 하는데,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30일 이상 연체율이 12월 말 1.68%에서 올 3월 말 기준 1.78%로 높아져 대손비용률이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민행복기금의 등장으로 빚을 갚지 못하면 나라에서 해결해 줄 거라는 분위기가 확산돼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신용카드 사용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카드승인금액은 128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영향을 미친 2009년 1분기(5.6%)보다 낮은 수치다.
물론 저금리 장기화로 1년 반 전과 비교해 조달금리가 1.2~1.5%포인트 낮아지는 등 카드업계에 부정적인 이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해 소비심리가 살아날 경우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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