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밝히지 않은 88세의 재일동포가 국내 복지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재일동포 A씨가 한국의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위해 써달라며 245만 호주달러(한화 약 29억1,400만원)를 기부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돈은 개인이 모금회에 기부한 최대 액수다.
일본 삿포로에 살고 있다는 A씨는 모금회 계좌로 기부금을 입금한 후 팩스로 보낸 일본어 편지에서 "평생 독신으로 살며 의학연구에 매진해 모은 재산을 가족의 돌봄 없이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고국의 노인들을 돕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편지에서 자신이 1925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후 어린 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 의학자의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기부한 돈은 그 동안의 연구결과로 얻은 특허권을 제약회사 등에 팔아 모은 재산 일부와 자신이 소유한 호주 주택의 매매대금을 보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제와 전쟁 등 동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며 이제 힘없고 외로운 존재가 된 조국의 또래 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편지에 덧붙였다.
모금회는 A씨의 기부금을 전국 249곳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 3년간 식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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