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봄철 전력난’이 벌어졌다. 통상 전력위기는 난방수요가 몰리는 한겨울이나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한여름에 벌어지는데, 때아닌 봄에 전력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신월성 1호기가 가동을 중단한 지 50분 만인 23일 오전 8시35분, 순간 예비전력이 445만㎾로 떨어지자 전력수급 경보 ‘준비’(예비전력 500만㎾ 미만~400만㎾ 이상)를 발령했다. 이후 순간 예비전력이 400만㎾ 미만까지 내려간 적도 있지만 이 상태가 20분간 지속되진 않아 본격적인 비상 상황의 시작을 뜻하는 ‘관심’(400만㎾ 미만~300만㎾ 이상) 경보까지 발령되진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이후 예비전력은 500만㎾ 이상으로 올라가 일단 ‘정상’ 상태로 복귀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월성 1호기 발전 정지 후 변압 조정과 전력수요 조절, 민간 공장의 자가발전 지시 등 긴급조처를 취했기 때문에 전력 공급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온상승과 함께 전력 수요가 서서히 늘어나는 5~6월을 맞아 지금처럼 원전이 툭하면 멈춰서는 사태가 반복될 경우, 한여름 이전에도 전력위기는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 23기 가운데 정상 가동되고 있는 건 이날 현재 14기뿐이다. 9기는 고장 또는 계획예방정비를 이유로 멈춰서 있다. 전체 원전의 용량으로 따지면, 총 2,716만㎾ 중 791만6,000㎾(29%)의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상반기 중 또 다른 원전 4기도 추가로 계획예방정비를 앞두고 있어 전력공급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전력 당국은 애초 이날부터 계획예방정비가 시작되는 월성 2호기의 발전 정지 시간도 오후 4시에서 전력피크 시간대(오후 5시~오후 7시) 이후로 미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아무래도 전력 수급 조절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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