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정점으로 계속돼온 한일간 외교 갈등이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외교장관 회담까지 무산되면서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더욱이 7월 일본 중의원 선거, 8월의 광복절이나 일본 방위백서 발표 등 한일관계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양국관계 정상화는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정부가 일본의 전략을 감안한 신중하고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22일 우리 정부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 취소라는 초 강수를 내밀며 강경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에는 가깝게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월 '다케시마의 날'행사에 중앙 정부 당국자를 처음으로 보내 우리의 반발을 샀고, 지난달 26일에는 독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일련의 흐름이 지목할 수 있다. 또 이달 5일에는 '독도는 역사적ㆍ법적으로 일본 땅'이란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를 발간해 한국 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2011년 12월 교토에서 가진 한일정상회담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영원히 기회를 잃는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노다 총리는 문제해결은커녕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을 받는 등 일본 내 극우파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이후 2012년 8월10일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양국 경색은 지난해 12월 보수적인 아베 내각이 집권 후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강화되면서 한층 더 심각해졌다. 올 2월 도쿄에서는 대규모 반한 시위가 일어났다. 급기야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외교장관 회담을 코앞에 두고 일본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 등 각료 3명이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일상화된'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 강도 높은 행동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장관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수 차례 전달했지만 바뀌지 않았다"면서 "원칙이 흔들려선 안되고 신뢰가 무시되는 조치가 있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정상회담 순서와 달리 다음달 미국 방문에 이어 일본이 아닌 중국을 먼저 찾을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정서와 관련된 것이란 분석이 있다. 더욱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일본의 7월 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8월에는 일본 정부 인사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또 가게 될 것이고 10월 이전에는 양국 정상이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정치가 외교문제화 돼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외교적 파장을 예상하고도 돌출행동을 한 것은 한일, 중일 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며 "한국은 향후 경고와 적극적인 설득을 통해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이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주변강국들이 자국 이익증강에만 매몰되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도 기존 대일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적 해법을 찾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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