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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원 평등 식판에 밝아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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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원 평등 식판에 밝아진 아이들

입력
2013.04.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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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미잡곡밥, 아욱된장국, 한우불고기, 새송이버섯볶음, 토마토양상추 샐러드, 김치, 단호박샌드위치에 요거트….

22일 오전 7시 서울 관악구의 A보육원 식당. 원생 40여명이 밝은 표정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후식까지 제공되는 든든한 아침을 먹은 지 1주일 째다. 10년간 A보육원 영양사로 일해 온 하지윤씨는 "1,520원으로 한끼를 준비할 때는 질 낮은 채소를 살 수밖에 없었고 고기는 수입산(호주산)만 썼지 한우는 꿈도 못 꿨다"며 "반찬이 1~2개 늘어난 3,500원짜리 푸짐한 식사가 나오니 무엇보다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3,500원짜리 식판은 비영리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불평등한 식단, 나는 반대합니다' 캠페인을 실시해 1만5,000여명이 기부한 모금액(3억7,600만원)으로 마련한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 1년간 A보육원과 경북 소재 B보육원에 적정 급식비와 건강영향평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보육원 아동 한끼 식대가 1,405원에 불과해 대부분 후원에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한 보도(본보 2012년10월4일 1ㆍ4면 보도) 이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정부는 올해 한끼 식대를 물가상승률(3.4%)만큼만 인상한 1,527원으로 정했다.'0~5세 무상보육' 전면 실시를 위해 1조4,000억원의 예산을 늘렸던 국회는 1만6,000여명의 보육원 아동들이 한끼 식비를 3,500원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인 295억원에는 눈을 감았고, 참다 못한 시민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김광빈 A보육원 원장은 3,500원짜리 한끼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기쁜 일로 보육원생들이 아동복지센터 아이들로부터 더 이상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점을 꼽았다. A보육원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아동복지센터도 운영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는 보육원 아이들의 한끼 밥값은 1,520원으로 묶여있는 반면 아동복지정책의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아동은 한끼에 4,000원을 지원받아 식단이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보육원아동이 센터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정부는 '이중지원'이라며 막고 있다. 김 원장은 "보육원생들이 '선생님, 왜 우리 반찬은 쟤들(복지센터 아동)보다 적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할 말이 없었다"며 "박탈감을 느껴서 그런지 저녁식사 전에 같이 놀던 아이들도 밥만 먹으면 따로 놀아서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전국에 있는 모든 보육원 아동들이 발달단계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보육원으로 오는 아동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학대를 당해 신체발육이 또래보다 늦은 편"이라며 "이미 부족한 영양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이 전문가에 의뢰해 보육원 3곳 원생을 대상으로 체격을 측정한 결과, 같은 연령 평균치보다 키는 0.5~13㎝ 작고 몸무게는 0.3~13.1㎏ 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생활시설아동 급식 단가 상향을 위한 대책마련 공청회가 열리는 등 불평등한 식판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논의도 시작됐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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