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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러 대리점으로만… 한국적 '유통구조 왜곡'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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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러 대리점으로만… 한국적 '유통구조 왜곡' 왜?

입력
2013.04.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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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사기 위해 이통동신사 대리점으로 향한다. 대리점에서 휴대폰도 구매하고 직접 가입도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수십만 원대의 보조금을 받고, 때론 100만원 짜리 휴대폰을 공짜로 사기도 한다.

정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동통신사 대리점ㆍ판매점 체제를 바꾸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 마트나 인터넷쇼핑몰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블랙리스트'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저가 '알뜰폰(MVNO)'도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 판매점 위주의 휴대폰 유통구조는 철옹성같이 바뀌질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일반 소매점 위주로 휴대폰 유통망이 급속 재편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대폰 유통 채널 비중은 이동통신사가 40.8%, 소매점이 59.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소비자 10명 중 6명이 백화점이나 양판점 같은 일반 매장에서 휴대폰을 구매했다는 것. 지난 2007년 이동통신사를 통한 구입이 46.4%, 소매점이 53.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휴대폰 유통망은 소매점 위주로 가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인 셈이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반대다. 이동통신사 판매 비중이 2007년 28.6%에서 지난해 31.9%로 늘었고, 2017년에 되면 37.2%까지 증가할 것으로 SA는 예상했다. 특히 중국은 2007년 이동통신사와 소매점이 20 대 80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2 대 58%이 됐고, 올해는 이동통신사 판매비중이 소매점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시장에서도 이동통신사 영향력은 2007년 99%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2017년까지도 95%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사 유통망이 가장 공고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약 150만명 ▦블랙리스트폰 가입자가 13만명으로, 전체 이통통신 가입자(5,400만명)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제조사→통신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기존 유통망에 의존하는 이유는 보조금의 달콤함 때문. 한 판매점 점주는 "아무리 알뜰폰이나 블랙리스트폰이 저렴하다고 해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면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20만~30만원에, 심지어 공짜로 구입할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알뜰폰이나 블랙리스트 제도가 기존 유통망을 깨는데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무엇보다 알뜰폰 등 휴대폰 유통채널 다변화제도가 너무 늦게 도입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이동통신산업이 한창 성장하는 시기부터, 소비자들의 다양한 사용패턴을 감안해 다양한 판매처를 마련했다. 미국의 '월마트', 영국의 '카폰웨어하우스' 등 주요 유통매장에서 휴대폰 구매가 손쉽게 이뤄짐에 따라,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소매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며 성장했고 동시에 가격인하 효과도 생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통신수요가 이미 포화에 이른 상태에서 뒤늦게 채널 다변화 대책들이 나와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도 커다란 장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가입자들을 끌어 모으려면 낮은 가격만으론 안 된다. 좋은 휴대폰을 확보하는 게 필수인데 제조사들은 이통통신사 판매용으로만 좋은 단말기를 만들고 알뜰폰이나 블랙리스트용으로는 최신 기종을 공급하지도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즉 갤럭시S3나 옵티머스G 같은 최신 프리미엄폰은 알뜰폰 및 블랙리스트용으로 아예 나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도 없고 최신 스마트폰도 없는데 누가 알뜰폰을 사고 블랙리스트폰을 사겠는가"라며 "산업의 다양성과 통신비 인하 등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가 보다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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