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첫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경제민주화에 이은 또 한 차례 정ㆍ재계간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직장인 정년은 평균 58세이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이를 60세로 의무화하되, 2016년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다.
정년연장의 논리는 명쾌하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직장에 더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물리적 수명이 80세를 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50대 중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게다가 마땅한 재취업 일자리마저 없다면, 무려 20~30년을 소득 없이 빈곤한 노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정년연장은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됐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노령화를 겪은 일본은 이미 1998년에 60세 정년 의무화를 도입했고, 이달부터는 본인희망 시 65세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헝가리는 2010년 정년을 57세에서 62세로 연장했고 최근 덴마크도 67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0세 이상인데다, 계속 높아지는 추세여서 50대 퇴직자들은 상당 기간 '소득공백'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까지라도 직장을 더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 의무화에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계에선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령근로자의 생산성은 젊은 근로자의 60% 밖에 되지 않는데 임금은 몇 배나 높기 때문에 결국 기업입장에서 정년연장은 인건비는 늘고 생산성은 하락하는 이중고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적 정년연장은 청년들의 취업 문을 더 좁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실제로 경총 조사 결과, 기업의 54.4%는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계에선 정년연장을 하더라도 기업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마다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만큼 정년연장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직무ㆍ성과급제 확립, 해고요건 완화 등 임금과 고용 유연성이 확보된 이후에 법제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2011년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1,881개 가운데 60세 이상 정년제를 채택한 곳은 23.3%(439개)다.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대우조선해양 홈플러스 등 대기업들은 임금피크제(일정연령이 되면 임금을 줄이는 방식)와 연계해 60세 정년을 운영하고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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