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사망한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숨지기 몇 달 전 미래의 화성 탐험가에게 "어떤 이유로 화성에 있건, 당신이 거기 있어 기쁘다. 그리고 나도 그 곳에 함께 있고 싶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먼 얘기로 들렸던 그의 바람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덜란드 공학자 바스 랜스도르프가 2010년 설립한 업체 마스원이 2023년 화성에 인간 정착촌을 세울 4명의 우주인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성공하면 2년마다 4명씩을 추가로 보낼 예정이다.
지원자는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고 공지했는데도 이미 1만명이 넘었다. 연령도 18~62세까지 다양하다. 미국 여성 신시아(32)는 어릴 적 세이건의 강연에 참석했던 게 지원 동기가 됐다. 당시 세이건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이 화성에 착륙할 수 있다고 믿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작은 깡통같은 우주선에서 2년을 버틸 수 있느냐. 네가 살아있는 동안 인간이 화성에 가리라고 확신하다"고 대답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마스원은 이 프로젝트가 현재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화성은 공기와 얼음 형태의 물 등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는 태양열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마스원은 그러나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해 인간의 골밀도와 근육 등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구 환경으로 되돌아오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화성에서 지구로 귀환할 로켓을 쏘아 올리거나, 7개월의 여정 끝에 지구 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과 도킹(정박)하는 것도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강력한 자기장이 태양풍 등을 막아주는 지구와 달리 화성은 방사능이 강하고 온도변화가 극심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이 프로젝트의 홍보대사인 제라드 토프트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 교수조차 "방사능은 예측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스원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주인들이 화성에 돔을 지어 그 안에서 생활하도록 할 예정이다. 적합한 우주복과 생명지원장비 개발을 위한 계약은 끝마친 상태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60억달러(6조7,200억원)가 필요하다. 일부분은 방송사에 중계권을 팔아 충당할 계획인데, 이미 유명 리얼리티 TV쇼 제작자가 참여했다. 앞서 미국 업체가 2018년 화성여행을 떠날 부부를 모집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화성에 착륙하지 않고 궤도에 진입한 뒤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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