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일본 각료 3명이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잇따라 참배한 데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계인 하쿠신쿤(白眞勳) 민주당 의원의질문에 "전후 50년인 1995년에는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됐고, 60년인 2005년에는 고이즈미 담화, 70년인 2015년에 미래지향적인 새 담화를 발표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선 전에는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 등 과거사 반성 담화를 모두 수정하겠다고 했다가 집권 후에는 아베 담화를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과거 국가 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아시아 각국에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내용으로, 이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쟁과 식민지배의 과오를 일정부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6일 일본을 방문,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지려던 일정을 이날 전격 취소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외교적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자 우리 정부가 강한 외교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윤 장관은 한반도 정세 협의 차 24일로 예정된 중국 방문에 이어 26~2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아베 총리의 무라야마 담화 불계승 발언 논란까지 벌어짐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하반기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달 미국 방문에 이어 일본이 아닌 중국을 먼저 찾을 것으로 알려져, 그 동안 역대 정부가 '미국→일본→중국'순으로 정상회담을 갖던 관례가 처음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가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특히 "아소 부총리는 박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왔고 차기 총리도 노리는 사람"이라며 "아소 부총리가 간 것은 굉장히 고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각료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배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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