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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미국이 기른 지하드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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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미국이 기른 지하드 테러

입력
2013.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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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영국은 이른바 'home grown' 테러 충격에 휩싸였다. 'home grown'은 일상에서는 '집에서 기른' 쇠고기 등 토종 먹거리를 말한다. 영국 사회의 충격은 런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노린 자살 폭탄테러 범인들이 모두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파키스탄과 자메이카 계로 드러난 때문이었다.

테러범들은 대학생 교사 등 20세 안팎의 평범한 시민이었다. 당초 밖에서 침투한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단정했던 영국 사회는 겉보기 멀쩡한 젊은이들이 잔혹한 테러를 저지른 사실이 무엇보다 당혹스러웠다. 총기 난동이나 극우파 테러가 잦은 미국과 달리 집단 테러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겼던 믿음이 무너진 데다, 소수민족 젊은이들의 소외와 불만이 이 지경에 이른 것에 놀란 것이다.

비판적 언론과 지식인들은 테러범을 키운 사회적 토양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사회 변방에서 불만과 분노를 키운 소수민족 젊은이들이 정체성을 찾아 이슬람 교리를 배우면서 서구중심 국제 질서에서 핍박 받는 이슬람의 고난 등 집단적 명분에 눈떴으리라는 풀이였다.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영국과 서구가 이슬람을 짓밟은 데 대한 저항의식이 테러의 이념적 뇌관이 됐다는 분석이었다.

비판적 지성을 대표하는 신문 가디언은 "알카에다는 실체 없는 이념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 이념을 추종하는 테러범은 영국 사회의 모순과 서구의 탐욕이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영국과 서구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보스턴 마라톤 테러도 점차 'home grown' 테러로 드러나고 있다. 진상이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첸 계 테러범 형제는 십 수 년 전 미국 사회에 편입해 성장했고, 둘 다 겉보기 평범한 이웃 젊은이들이다. 특히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19)는 친근하고 모범적인 의사 지망 대학생이었다. 형 타메를란(26)은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지만, 한때 올림픽 권투 대표선수를 목표로 아메리칸 드림을 좇았다.

이들의 혐의가 드러나자 미국 안팎의 언론, 특히 보수언론은 체첸 계라는 점에 유난히 주목한다. 러시아 자치공화국 체첸이 원래 온건 이슬람권이지만, 독립투쟁 집단들이 아랍 이슬람 지하드(Jihad) 세력의 지원을 받으며 과격화해 러시아를 상대로 테러를 거듭한 사실을 부각시킨 것이다. 특히 형 타메를란이 지난 해 러시아를 여행할 때 체첸 이웃 다게스탄에 머물렀으리라는 추정을 강조했다. 게다가 미 FBI가 러시아 측의 제보를 받아 타메를란의 과격세력 연계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시각과 보도는 테러범이 알카에다는 아니더라도 체첸 계라는 외생적 요인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타메를란이 몇 년 전부터 부쩍 이슬람교를 신봉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변과 논쟁하는 변모를 보였다는 증언을 부각시킨 것도 그런 맥락이다. 몇몇 보수 공화당 정치인들은 숫제 범인들을 '적 전투요원(enemy combatant)'으로 다룰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객관적ㆍ비판적 시각은 다르다. 이를테면 스위스 취리히 안보연구소의 전문가는 허핑턴포스트 칼럼에서 "체첸 연고는 보스턴 테러의 각주(脚註)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테러범 부모는 일찍이 체첸을 떠나 키르기스스탄과 다게스탄에서 살았고, 형제도 각각 그곳에서 태어났다. 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과격세력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지만, 성장기를 보낸 보스턴 거리에서 소외와 분노를 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진보 언론 뉴리퍼블릭의 칼럼니스트도 "소수민족 이민(移民) 10대의 부적응과 정체성 혼란이 주된 요인"이라고 보았다.

보스턴 테러의 진상은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뚜렷해질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테러의 사회적 배경 또는 뿌리를 냉철하게 살피는 자세와 객관적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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