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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내가 보는 나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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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내가 보는 나는 어떤가

입력
2013.04.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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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용품회사 '도브'의 실험결과를 들었다. 스스로 묘사한 얼굴과 남들이 묘사한 얼굴을 몽타주 전문가가 그려서 비교해 보았더니, 남들의 묘사를 따른 초상이 월등히 매력적이더라는 것이다. 말인즉슨, 너는 생각보다 더 아름다우니 자신을 가지라는 거.

다정한 격려다 싶었지만, 동시에 다른 쪽에도 생각이 미쳤다. 타인의 눈과 나의 눈 사이에 있는 깜깜한 심연. 학생시절, 데면데면 인사만 나누던 과 동기와 화장실 거울 앞에 나란히 선 적이 있다. 거울 속의 그 애 얼굴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마주 볼 때와 사뭇 달라서였다. 거울이 아니면 자기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이 친구는 자기가 저렇게 생겼다고 믿고 있겠지?

의혹은 곧장 나에게로 돌아왔다. 내 얼굴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거람. 사진을 돌려보다 보면, 남들은 그대로 나왔다고 하는데 본인만 이상하다고 툴툴거리는 경우가 너나 할 것 없이 꽤 많다. 생각보다 우리는 아름다울 수도 있고,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생각처럼 생긴 얼굴을 지니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나의 맹점이다. 나는 내 진짜 얼굴을 볼 수 없고 내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거울이나 카메라의 매개를 거쳐야 나를 볼 수 있고, 내가 듣는 내 목소리에는 몸속의 진동이 포함되어 있는 까닭이다. 한용운의 시를 변주하자면 향기로운 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나의 얼굴에 눈 먼 존재랄까. 눈멀고 귀 먹은 존재로서, 나는 문득 내가 아득해진다.

신해욱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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