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지상목)는 한국전쟁 당시 경기 여주군 일대에서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학살 당한 '여주 민간인 학살사건'의 희생자 유족 양모씨 등 6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14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군인과 경찰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희생자들을 불법적으로 살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침해했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이 겪은 극심한 고통,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았을 차별 편견과 이로 인한 경제적 궁핍, 국가가 6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도의 조치 없이 손해를 방치한 점 등을 참작해 배상액을 결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지 6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끝났다'는 국가 측 주장에 대해 "국가 공권력이 위법행위를 했을 경우 이를 외부에서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 이제 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1950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여주 일대에서 군인과 경찰 및 치안대가 민간인들을 북한군에 부역했다며 학살한 수를 98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2009년 5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유족들은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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