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행인과 시비를 벌이던 중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자가 당시 상황을 촬영한 휴대폰 동영상 덕분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도훈태 판사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모(20)씨에 대해 "강씨가 제출한 사건 당시 동영상 CD를 보면 강씨가 경찰관의 직무 집행을 방해할 정도로 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중랑구에서 친구들과 길을 가다 행인과 시비가 붙었다. 고성이 오가는 등 다툼이 커져 경찰까지 출동했다. 강씨는 경찰이 자신의 친구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말도 안 된다"며 경찰을 막아섰다. 사건은 작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강씨는 며칠 뒤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을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용 없었다. 검찰도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찍은 사진을 폭행 증거로 인정했다. 사진 외에도 강씨 일행과 다퉜던 상대방의 상처, 파손된 경찰 순찰차, 강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서 등도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강씨는 기소된 후 재판을 받으면서도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강씨 일행이 사건 당시를 촬영한 휴대폰 동영상이 발견됐다. 동영상에는 강씨가 경찰관에게 "왜 내 팔을 꺾느냐"며 항의하는 장면 등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강씨는 이 동영상을 CD로 만들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사진은 폭행을 당했다는 경찰관이 아닌 다른 동료 경찰관을 찍은 사진으로, 강씨의 혐의에 대한 증거로 부족하다"며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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