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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경 새재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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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경 새재 아리랑

입력
2013.04.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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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지역 명창 송옥자씨의 맑고 구성진 소리로 들은 은 과 닮았다. 그러나 사설은 완연히 다르다. 후렴구를 빼면 '문경 새재 물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가네',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 애기 손길에 놀아나네','문경 새재 고개는 웬 고갠지,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나네'로 이어진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고향에 전승된 노래를 최근에야 만났다.

▲ 이 문경 새재 아리랑의 첫 소절을 호머 B. 헐버트 박사가 1896년에 옮긴 서양식 악보에서 접하는 것도 놀라움이다. 나중에 고종의 밀사로도 활약했던 그의 여행기에 실린 악보에는 영어로 'Ararung Ararung'이라고 쓰고, 본문에는'아르랑 아르랑'이라는 한글 표기도 덧붙였다. 그 악보에 '문경 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 나간다'고 적혀있다. 'Ararung'이라는 음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로가 된 한국계 러시아 병사의 심문 기록에 담긴 아리랑에도 나온다.

▲ 헐버트는 이 노래를 한양에서 채록했다. 황현은 에서 '임금(고종)이 밤마다 등불을 켜놓고 광대들을 불러 신성염곡(新聲艶曲)을 연주하게 했는데, 바로 아리랑(阿里娘) 타령'이라고 했다. 의 기해년(1899년) 필사본에도 명성황후가 '거사놈과 사당놈을 대궐 안에 불러들여/아리랑 타령 시켜 밤낮으로 노닐 적에'라는 구절이 있다. 채록된 아리랑이 당대 인기 연희·풍자극의 주제가이자 사랑 노래였을 개연성을 높인다.

▲ 이런 인기 유행가에 '문경 새재 아리랑' 사설이 언제 어떻게 채용됐는지는 불확실하다.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1865~1872년)에 동원된 영호남 민초들이 적잖이 문경 새재를 넘었다거나 일꾼을 달래려는 '오락시간'이 많았다는 점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상상의 영역이다. 문경 옛길박물관이 5월말까지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 아리랑' 전시회를 열고 있다. 문헌과 영상, 소리 자료로 한꺼번에 만나는 아리랑이 봄날의 행복을 돋울 만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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