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상 최고액을 경신하는 공기업 부채가 또 다시 늘어났다. 정부의 실적공시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28개 주요 공기업의 지난해 말 총부채는 392조9,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말 361조4,204억원 보다 1년 사이 31조5,353억원(8.7%)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말 국가채무 445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공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원인은 MB 정부 때의 공공서비스요금 규제, 국책사업 수행, 해외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확대 등에 따른 적자다. 공공요금은 정부가 물가안정 및 서민생활 지원을 위해 인상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면서 원가보상률이 전기 87%, 가스 87%, 도로 82%, 철도 76%, 수도 82% 수준(2011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 이게 공공서비스 관련 공기업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LH나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혁신도시 같은 중장기 건설사업이나, 4대강 및 아라뱃길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빚을 불렸다. 특히 LH는 지난해 1년 동안에만 7조5,000억원 늘어나 전체 국가채무의 3분의 1 수준인 138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가스공사나 석유공사는 주로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부채증가를 부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공기업 부채 상황은 자구노력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공공요금의 과감한 인상, 민영화, 정부의 증자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공적 자산의 책임 있는 관리를 표방하며 무리한 민영화 대신 부채 줄이기에 방점을 둔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은 조만간 전반적인 공공요금 인상이나 정부의 증자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빚더미 공기업 임직원들의 고액연봉 잔치나, 공기업 감사 낙하산 인사 같은 도덕적 해이가 끊이지 않는 한 국민의 이해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공기업 부채 해결의 첫 단추로 방만한 경영부터 다잡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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