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갔다. 필요한 것만 사자, 고 매번 마음먹지만 쉽지가 않다. 1+1행사상품들을 이것저것 집어 들었더니 역시나 카트 한 가득이다. 계산대를 나와 길고 긴 영수증 품목을 살폈다. 한 상품이 진열대에 붙어있던 금액과 달랐다. 확인을 부탁했다. 잠시 후 판매코너 직원이 다가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객센터 쪽으로 나를 데려갔다. 환불절차가 이루어졌고, 고객센터 직원은 오천 원짜리 상품권을 내밀었다. 계산착오 보상 차원이라 했다.
주섬주섬 카드와 상품권을 지갑에 챙겨 넣으면서 고객센터 직원과 판매코너 직원이 소근소근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오천 원 가져와." "한번 봐주면 안 돼?" "내가 뭔 재주로? 상품권 나갔으니 그 돈 메워야 되잖아."
실수 한 번에 벌금 오천 원. 그러니까 내가 받은 상품권은, 고스란히 직원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사(社)측에서는 선심 쓰듯 상품권을 내밀고 책임은 전부 직원이 떠맡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상품권을 들고 손님은 다시 마트를 찾을 테니 회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남는 장사인 셈이다. 괘씸했다.
문을 나서려다 발길을 돌렸다. 상품권을 받지 않으면 직원이 돈을 물어주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되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까지 도둑이 될 뻔했다. 도둑이 별건가. 머리에 스타킹을 뒤집어 쓴 도둑보다 선심의 가면을 쓴 도둑이 더 무섭다. 이런 소굴은 아예 발길을 끊는 게 상책인데, 참 쉽지가 않다.
신해욱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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