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쳤는데 'I'll pick up the tab.'이나'I'll pay the bill'라고 말하면 어떨까. '내가 계산하겠다'는 의미는 같지만 듣기에 따라 어감은 다르다. 자신을 내세우기 때문에 권위적이거나 다소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에서'This is on ME.'라고 말하면'이건 제가 내겠습니다.'의 뜻으로 자신(me)을 맨 나중에 배치함으로써 겸손하게 들리게 한다. 일종의'I-statement'를 배제한 것이다.
꼬마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유난히 주어 I가 많다.'I went out to play with Tom. I won the game.'처럼 I가 얘기의 중심이 된다. 성인들 중에서도'I'm telling you how I feel about Tim.', 'I'm not asking you if you find it offensive.'(내가 Tim에 대해 어떤 기분인지 말할까, 난 당신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는가의 여부를 묻는 게 아냐.)처럼 I를 남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남을 배려할수록 I는 줄고 제3의 주어나 상대방을 주어로 표현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그럼 자신을 중심에 두고 I를 내세우며 말하는 문장과 그렇지 않는 문장을 비교해 보자. (1) You may think I am not important here. I don't matter.
(2) You believe everyone is important. We are all equal. (3) You tell others your feelings are not important. You don't matter. (1)은 그야말로 자기만 아는 사람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에서는 You, we 등이 골고루 등장하여 듣는 부담이 적다. (3)에서는 I는 없는 대신 You가 과용되고 있다. (3)에서는 남을 탓하며 책임을 물릴 때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I-statements만큼이나 반감을 일으킨다.
이처럼 주어를 어느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말의 효과가 달라진다. 자기가 책임지겠다며 'I'll take full responsibility for that'라고 말하면 I가 긍정적으로 쓰인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I의 과용은 자기 중심처럼 들린다.'You didn't finish the project on time'라고 지적하면 질책이고 비난이 된다. 하지만'I haven't heard that the project has been finished.'라고 말하면 남 탓도 아니고 자기 중심적 표현도 아니다. 상황과 내용에 따라 주어선택도 달라진다. '무엇을 말하느냐'는 것도 중하지만'어떻게 말하는 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법은 일상대화 보다는 토론할 때 더 중요해진다. 메시지 전달 이전에 벌써부터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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