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야완에서 20일 발생한 규모 7의 지진 소식에 드는 궁금증이다. 야완이 2008년 규모 8의 강진에 8만 6,000여명이 사망한 쓰촨성 원촨에서 200km밖에 안 떨어진 곳인데다, 야완 지진 다음날인 21일 한국에서도 전남 신안 해상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으니 그럴 만하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 쓰촨 지진이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대형 지진이 일어나려면 그만큼 큰 에너지가 축적돼야 하는데, 7년 전 강진으로 에너지가 많이 방출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번 지진은 7년 전 강진 후 지각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규모 6, 7 수준의 지진이 더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규모 8 이상의 지진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의 크기는 이론상으로는 규모 10까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규모 9가 최대다. 2000년대 이후 규모 9의 강진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규모 9.1), 2011년 일본 도호쿠(규모 9.0)에서 있었다.
지진은 지각판과 지각판이 부딪쳐서 일어난다. 지구의 암석권은 조금씩 계속 움직이는 지각판들로 되어 있는데, 대양저판이 대륙판 아래로 끼어들면서 생기는 응력(죄는 힘)이 쌓여 지진이 일어난다. 수마트라는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이, 일본 동해안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이 만나는 경계여서 대형 지진의 가능성이 큰 곳이다.
판과 판의 경계가 아닌 판 내륙의 지진은 지각운동으로 단층이 크게 어긋날 때 일어난다. 이번 지진이 여기에 속한다. 쓰촨은 과거 판의 경계였지만 지금은 판 내륙이다. 중국지진센터(CENC) 발표에 따르면 이번 야완 지진은 쓰촨성을 가로지르는 룽먼산 단층이 움직인 결과다. 유라시아판에 속한 티베트 고원지대의 지각이 쓰촨분지를 밀어붙이면서 룽먼산 단층을 건드린 것이다. 2008년 원촨 지진도 룽먼산 단층에서 발생했다.
규모 9의 강진은 단층면 길이가 400km 정도 돼야 일어난다. 2004년 수마트라 강진의 단층대는 길이가 600km나 됐고, 2011년 도호쿠 지진도 길이 400km 폭 200km의 굉장히 넓은 지역에서 수많은 단층이 연결되면서 발생했다.
한국은 지각판끼리 만나는 경계 지역이 아니고, 거대한 활성 단층대도 없어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개연성이 적다. 21일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신안 해저 단층의 길이는 1km 정도다. 국내 대표적인 활단층인 양산단층의 길이는 200km로 경남 김해에서 경북 영해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작은 지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 지진 발생 횟수는 2010년 42회에서 2011년 52회, 지난해 56회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지진은 우려를 낳고 있다. 원자력위원회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2003~2012년 10년간 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네 곳의 원전 반경 50㎞ 이내에서 일어난 지진은 총 75회로, 양산단층이 가까운 울진과 월성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지진이 각각 27회, 26회로 가장 많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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