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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명·학생신상 비밀… '워룸'서 사이버테러 대비 실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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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명·학생신상 비밀… '워룸'서 사이버테러 대비 실전훈련

입력
2013.04.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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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방송사와 일부 금융기관을 겨냥한 대규모 사이버테러를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 다음날인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강의실. '워룸'이라는 이름처럼, 외형부터 여느 강의실과 사뭇 다르다. 벽에는 상황판 역할을 하는 대형 화면이 설치돼 있고 6각형 책상 둘레에도 컴퓨터 모니터들이 놓여 있다. 워룸은 사이버테러, 사이버전쟁에 대비한 실전훈련 공간으로 국내 대학에 워룸이 설치된 것은 고려대가 처음이다. 최진영 교수가 입학한 지 두 달도 안 된 신입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알고리즘은 항상 입력이 들어왔을 때 스텝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어. 해킹한다는 것은 이 알고리즘의 가정을 깨는 거야." 과목명은 비밀. 최 교수는 '과목 5'라고 소개했다.

국내 최초 사이버전 장교 양성기관

사이버국방과는 2년 전 고려대와 국방부가 함께 만든 국내 최초 사이버 인재 양성기관이다. 일반 컴퓨터 관련학과와는 달리 컴퓨터에 대한 일반지식뿐 아니라 해킹능력 암호학 취약점진단 군사전략 등 다양한 영역을 교육한다. 학비와 기숙사비는 무료고, 월 50만원의 생활비도 지원한다. 대신 졸업생은 남녀불문 전원 소위로 임관, 군내 정보보안부서에서 7년 동안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중도 탈락하면 받은 혜택을 모두 물어내야 하지만, 여학생 4명을 포함해 2년간 입학한 60명 가운데 중도 탈락자는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 학과는 비밀이 많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북한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우리 학과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커리큘럼은 대외비"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도 국가의 중요한 자원"이라며 "신상이 공개되면 나중에 북한 등의 표적이 될 수 있어 노출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사명감도 남달랐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학한 이모군은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원 등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교육기관에 많이 다녔기 때문에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사명감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며 "과학고 출신이 의대에 많이 가는 것이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학생의 2/3는 영재학교를 비롯한 특목고 출신. 입학 시험에는 체력검정과 군면접도 있다. 수시에서는 수학, 과학 영재뿐 아니라 국제해킹대회 수상자 등 정보보안 특기자도 매년 2명 정도씩 선발한다. 카이스트 해킹동아리 출신으로 '해커 출신 교수 1호'로 불리는 김휘강 교수가 해킹 및 대응기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예비역 장군 4명이 초빙교수로 군 관련 강의를 한다.

화이트해커 양성도 필요

학교 측은 학생들의 높은 수준에 만족하는 듯했다. 김승주 교수는 "보안 분야는 가르친다기보다 문제를 주고 동기유발을 하면 스스로 알아가야 하는 측면이 크다"며 "학생들이 굉장히 똑똑해 어려운 과제를 내줘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학습 강도도 높은 편이어서 일반 컴퓨터학과 4년 커리큘럼을 2년 내에 끝내는 것이 목표. 이수 학점도 일반 학과보다 10학점이 많다. 임 원장은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학점이 없는 강의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를 다니다 입학한 장모군은 "공부할 게 너무 많아 방학 때도 집에 못 가고 학교에 남아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정보보안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군은 올해 해킹 대회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한의 사이버전 전담부대 인력은 3,000여명 수준에 이르는 반면 한국군의 인력은 4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임 원장은 "북한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공계 영재들을 사이버 전력으로 키웠고 다른 나라도 사이버전 인력 양성에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한국이 밀리는 구조지만 우리가 계속 노력하면 5,6년 후에는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원장은 "아직 보안의식이 부족한 곳이 많아 사방이 구멍"이라며 "사이버전 장교뿐 아니라 화이트해커 인력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주 교수는 "현재 정원 30명으로는 부족하다"며 "많은 학생이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안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사회에서 대우를 해주는 등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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