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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합숙도 훈련도 철저히 자율로... 진짜 프로가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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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합숙도 훈련도 철저히 자율로... 진짜 프로가 된 느낌”

입력
2013.04.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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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고파서 저녁 먹어야 하는데 나중에 더 이야기하면 안될까요?”

지난해 11월 한국 최초로 해외 유명 프로팀(오리카-AISㆍ호주)에 입단해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프로 대회의 시상대에 올라 사이클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여자 도로 사이클의 ‘간판’ 구성은(29)은 지난 16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꿈에 그리던 곳에 와 있으니 하루하루가 같은 일상이라도 절대 지루하거나 외로운 것이 없다. 늘 새롭고 감사하고 그저 행복하다”며 생생한 유럽 적응기를 전했다.

신선했던 문화 충격, 모든 것이 자율

구성은은 현재 이탈리아 카스트론노, 오리카팀 이탈리아 베이스 캠프에서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오리카-AIS는 올 시즌 세계도로팀 랭킹 3위에 올라있는 명문 팀으로 런던올림픽 도로 독주 부문 은메달 리스트 주디스 아른트(37ㆍ독일)등이 속해 있다.

구성은이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유럽의 자율적인 훈련 시스템이었다. 단체 생활을 하는 국내와 달리 오리카는 팀원들이 각자 원하는 곳에서 거주, 훈련을 한다. “유럽 프로 선수들은 다 각자 알아서 훈련을 한다. 숙소에는 팀원 10명 중 3명만 머물 뿐이고 스페인, 독일 등 선수들이 편한 곳에 있다가 시합이 있을 때만 한 자리에 모인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훈련 스케줄도 본인이 직접 짠다. “훈련 코스는 그 전날 미리 계획한다. 원한다면 팀 감독에게 부탁할 수 있지만 대개 본인이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머리를 싸매고 다음 훈련 스케줄을 짜는데 여념이 없다”고 덧붙였다. 구성은은 “처음엔 개인주의라 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고 보니 ‘이게 진정한 프로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지내다 보니 합리적이고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 3시간 훈련, 매일 나와의 싸움

구성은은 보통 오전 6~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혼자 훈련을 나간다. 운동 전에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오후에 돌아와 씻고 점심을 먹는다. 주식은 이탈리아 파스타와 샐러드다.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워낙 음식을 가리지 않는 식성이라 전혀 문제가 없다. 가끔 한국에서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내준 한국 음식을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장거리를 타고 돌아온 날은 보통 휴식을 통해 회복을 한다. 이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거나 시장에 가서 장을 보거나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훈련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한다. 훈련 내용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1시간부터 길게는 4~5시간 훈련한다. 매일 훈련 계획에 따라 다르다. 한국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딱딱 맞춰서 훈련을 하지만 유럽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훈련양을 조절할 수 있다. “아직까지 매일매일 무지 열심히 많이 타는데 다른 선수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정말 사이클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생 최고의 날, 첫 포디움 2위로 골인

구성은은 지난 8일(한국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린 에너지와트 투어 5구간 흐로닝언 순환코스 99.9㎞에서 총 140명 중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소속팀 내 다른 스프린터들을 지원하는 도메스띠그(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던 구성은은 이날 경기에서는 후반에 선두 그룹에서 레이스를 펼쳤고, 주위에 동료 팀원이 아무도 없자 결승선 전 7㎞부터 다른 선수들과 추격전을 펼친 끝에 최종 2위를 차지했다.

“5일 동안 매일 한계에 부딪혔다.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얻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팀 동료들은 구성은의 첫 포디움(완주)을 기념하기 위해 초코케이크를 만들어줬다. 구성은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동 그 자체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만의 시크릿 노트(훈련일지)에 훈련 레이스 팁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말에 호주에서 이탈리아 베이스캠프로 건너온 뒤 총 6개의 대회에 나가면서 느꼈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투어 시합을 하면서 얼마나 부족한지 어떤 훈련이 더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았다”면서 “매 시합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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