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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귀가길 택시비 부담도 덜고 편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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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귀가길 택시비 부담도 덜고 편리하네요"

입력
2013.04.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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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2시 30분쯤, 서울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 앞 텅 빈 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N26번 버스 안에서 김모(35)씨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봤다. 그는 신설동에 있는 서울시 다산콜센터 사무실에서 새벽 1시까지 취객들의 전화 상담에 시달리다 잡무까지 처리하고 퇴근길에 오른 참이었다. 김씨는 "아현동 집까지 택시비만 8,000원이 넘게 나온다"며 "택시비를 아끼려 1시간 반 넘게 걸어서 집에 간 적도 많았는데 이제 심야버스 덕에 한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종로2가에서 택시를 잡다가 연신내 방면으로 가는 N36번 버스를 보고 올라 탄 김모(38)씨는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경기 양평의 한 사립대에서 신학을 전공한다는 만학도 김씨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셔틀버스를 놓치고, 지하철 막차도 끊겨 난감한 상황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가 19일 0시부터 심야전용 시내버스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심야에 이동하는 시민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이 버스는 0시부터 오전5시까지 운행한다. 시범운행 노선은 강서 차고지에서 홍대입구와 신촌, 종로, 청량리 등을 경유해 중랑 차고지까지 운행하는 N26번 버스와 진관 차고지에서 서대문, 종로, 강남역, 대치동 등을 경유하는 N36번 버스 등 두 개다. 심야 손님들이 많은 노선이다. 서울시와 계약한 4개 버스회사가 3대씩의 버스를 이용, 한 노선 당 각각 3번씩 순회하는 방식으로 35~40분의 배차간격을 두고 운영된다. 시범기간 중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으로 1,050원, 시범기간 종료 후에는 1,850원이다.

심야전용 시내버스 운행을 가장 환영하는 이는 대리운전 기사들. 7, 8명의 대리운전기사들이 캄캄한 새벽 정류장에서 줄 지어 버스에 오르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오전 1시 45분쯤 손님을 데려다 주고 중랑구에서 버스를 탄 한 대리운전 기사는 "대리기사들을 실어 나르는 개인사설승합차를 이용하거나 택시비를 나눠 낼 다른 대리기사들을 모으느라 새벽 거리를 30분 넘게 서성인 적이 많았는데 참 잘됐다"고 말했다.

심야 운행이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버스운전기사들은 "낮 시간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D버스회사에서 8년 째 버스운전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상희(65)씨는 "도로에 차량이 없어 운전이 수월할 뿐 아니라 배차간격을 놓칠 걱정도 적어 스트레스가 훨 덜하다"고 말했다. 첫 운행을 점검하기 위해 동승한 D 버스회사 관계자는 "4명의 심야버스 기사 자리에 20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면서도 "혹시 버스에서 구토하는 취객이 있을까 봐 두루마리 휴지에 비닐도 따로 준비했는데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첫날 심야전용 버스를 이용한 승객은 총 923명. 이종운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시범운영기간이라 홍보도 덜 됐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탔고 평가도 좋았다"며 "3개월간 시범운영 후 도봉산~온수, 강동~석수 등 6개 노선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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