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는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 경찰 내ㆍ외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축소 수사이자 반쪽 짜리 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수사과장 A씨는 19일 "선거기간 동안 특정 후보를 깎아 내리고 반대편 후보는 옹호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는데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 수사"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른 경찰서 수사과장 B씨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또 정치적 고려를 한 것 같다"며 "경찰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 운영자 이호철(41)씨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 등이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 수십 건에 집중적으로 반대를 클릭했다"며 "이 같은 찬반표시는 특정 글의 노출을 막으려 한 것이기 때문에 여론 조작이자 선거개입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오유에서는 게시글에 4개 이상 반대가 달리면 이용자들이 주로 읽는 '베스트'나 '베스트 오브 베스트'게시판에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김씨 등이 벌인 일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지난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씨 등의 게시글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발견하지 못해 선거운동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도 "찬반표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 등 작성한 시간과 개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부분"이라며 경찰의 혐의적용 문제를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경찰 수사는 국정원을 직접 수사하지 않은 채 이미 불법 행위가 드러난 직원만을 조사한 반쪽 짜리 수사이자 전형적인 축소 수사"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국정원 상부조직을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은데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도 컸다. 서울의 한 일선서 수사과장은 "4개월 넘게 끈 수사인데 국정원 직원의 상관인 심리정보국장 M씨에 대해 검찰 송치 1주일 전에야 소환 통보를 하고, 불응한다고 기소 중지한 것을 국민이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되든, 그렇지 않든 당연히 체포영장 신청을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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