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새 파산법 논란
국민의 25%가 주택담보대출로 파산 위기에 처한 아일랜드가 18일 새 파산법을 발표했다. 국가가 파산 대상자의 생활 수준을 정량화한 방안이 처음으로 포함돼 사생활 간섭 논란이 제기된다.
새 파산법에 따르면 주택 보유자 중 주택담보대출로 파산 위기에 처한 사람은 생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이들은 위성TV를 시청할 수 없고 해외여행과 휴가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도, 사설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자동차 신규 구입도 모두 금지된다. 1인당 한달 음식비가 247.04유로(36만원), 난방비가 57.31유로(8만3,000원), 영화감상과 스포츠 활동 등에 쓰이는 사회활동비가 125.97유로(18만4,500원)로 제한된다. 이것들을 합쳐 1인당 지출비용은 월 평균 899유로(131만원)로 제한된다. 아일랜드 은행과 파산관리국은 새 법을 토대로 수십만명의 주택담보대출자를 분류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파산자나 파산 신청 예정자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5년간 실업률 상승과 임금 삭감 등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일랜드가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에서는 2007년 정점을 찍었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약 40만명이 담보로 잡힌 주택 가격보다 대출금 액수가 많은 역자산 상태에 있다. 아일랜드인 4명 중 1명은 주택담보대출로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약 12만명은 장기주택담보대출의 상환을 90일 이상 연체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한 새 파산법을 놓고 정부가 과도하게 가계에 간섭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로어캔 오코노르 아일랜드 파산관리국장은 “보완할 부분이 많은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정부가 개인의 지출을 세세하게 간섭할 의도는 없으며 오히려 파산에 직면한 개인과 은행을 구제하려는 게 새 법의 취지”라고 해명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