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자원개발업체 유아이에너지 전 대표 최규선(53)씨가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가 다수 포함된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배경에 전관(前官)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씨는 법무법인 화우, 광장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최씨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했던 행정소송은 태평양, 로고스, L.K.B&파트너스가 맡고 있는 등 대형 로펌 5곳이 최씨 방어에 나서고 있다. 로펌마다 변호사 3~4명이 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씨는 20명 안팎의 변호인을 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화우에서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수사 초기부터 최씨 변호에 나섰고, L.K.B&파트너스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 특검을 맡았던 이광범 변호사가 뛰고 있다. 다른 로펌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관 변호사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특검은 “영장실질심사와 행정소송에만 최씨 변호를 맡았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검찰 최고위직 출신 A변호사, 검사장 출신의 특수통 B씨도 자문 형식으로 최씨를 변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변호사는 “최씨에게서 전화가 오면 하소연을 들어주는 등 자문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이 정도 변호인을 거느리려면 변호사 비용으로만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최씨 소유의 또 다른 회사인 현대피앤씨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왔다. 최씨는 최근 녹내장 수술을 이유로 서울 강남의 안과전문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검찰은 최씨가 유아이에너지에서 200억원대, 현대피앤씨에서 10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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