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제33회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이 날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식개선 등 취지는 간과하기 일쑤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장애인복지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장애인복지에 대한 정책적 관심 및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장애학을 전공한 조한진(48ㆍ사진) 대구대 교수를 만나 대구경북지역 장애인정책 현실과 개선점 등을 일문일답으로 들어봤다.
-장애인등급제 축소 및 폐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최근 정부가 장애등급 2단계 축소 및 점진적 폐지안을 발표했는데,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려해보겠다는 차원이고 시행여부 자체도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장애등급제는 완전히 폐지돼야 하며, 또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현재 1∼6등급으로 장애인을 분류하고 있는데, 사람이 한우도 아니고 숫자를 매겨 등급을 나눈다는 발상 자체가 반 인권적 행위다. 여기다 이 제도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단순히 의료적인 차원에서 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지원을 하다 보니, 개인의 욕구와 상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등급의 경우 장애의 정도가 가장 심해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이들에게만 집중되고, 실질적으로 이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2등급 이하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지금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장애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 행정편의 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장애인 입장에서 비효율적인 건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대구경북의 장애인복지 수준은 어떠한가.
"전국 최하위다. 지난해 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표한 2011년 16개 시ㆍ도 장애인 복지ㆍ인권 비교연구에서 대구는 11위, 경북은 15위를 차지했다. 대구의 경우 시ㆍ청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이 전국 꼴찌고, 소득 및 경제활동지원 영역에서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저상버스 의무달성율 6%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고, 이동ㆍ문화여가 및 정보접근, 보건 및 자립지원, 복지서비스 지원, 복지행정 및 예산 영역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장애인복지 최하위권 현실의 원인은 무엇인가.
"장애인복지는 단체장 의지 문제다. 재정여건을 들어 복지정책의 한계를 얘기하는데, 제주도는 대구경북보다 재정여건이 열악한데도 장애인복지 수준은 월등히 높다. 대구와 경북의 단체장이 조금 더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과 같은 최하위 수준은 벗어났을 것이다. 반면 다문화정책의 경우 장애인정책 보다는 단체장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은 현실이다. 선출직이다 보니 선거 때 표로 연결되는 인기위주의 가시적인 정책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애인정책을 보면 그 도시 및 국가의 전반적인 장애인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수많은 복지영역 중 장애인복지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은 소수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소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 장애인복지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은.
"최근 대구경북 장애인들이 인권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안다. 열악한 편의시설 때문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즉, 시설과 정보 접근권은 장애인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교통수단과 편의시설 등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차적으로 장애인들이 집 밖에 나갈 수 없어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또 요즘에는 인터넷 등 정보를 활용할 수 없으면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는데, 지역 시ㆍ청각장애인 편의시설 수준은 대구의 경우 전국 꼴찌, 경북은 최하위 수준이다. 이동편의시설과 정보접근 영역의 시급한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장애인 스스로 먼저 변화해야 한다. 위축되고 억압된 내면의 껍질을 깨고 사회로 나오기 바란다. 수동적으로 복지서비스에만 기대려 하지 말고 집 밖으로 나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요구하고,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비장애인의 경우 언젠가는 장애인이 된다가 아니라 반드시 장애인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장애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상생활 중 한 가지 이상 불편을 가져올 수 있는 손상은 장애로 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노화로 인한 일상생활 영위의 어려움도 장애의 한 부분인 것이다. 우리 모두 장애인이 된다. 단지 현재의 장애인은 다른 사람보다 좀더 빨리 겪는 것일 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진정으로 더불어사는 사회는 이러한 장애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전제될 때 가능할 일이다."
●약력
-3세 때 소아마비로 장애 2등급
-충남대 및 동대학원 약학과 졸업
-숭풔?대학원 사회사업학과 졸업
-약국 운영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제인아담스대학 사회사업학ㆍ장애학 박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한국장애인재단 운영위원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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