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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굼떠지고 손·다리떨고… 고령화 사회 '파킨슨병 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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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굼떠지고 손·다리떨고… 고령화 사회 '파킨슨병 마수'

입력
2013.04.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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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8시 충북 괴산의 어느 마을. J(78)씨는 이날도 쉴 새 없이 얼굴을 흔들어대는 아내(74)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아내가 파킨슨병으로 행동과 말이 느려지긴 했지만 며칠 전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긴 것이었다. 얼마 전 다녀온 요양원에서 못된 버릇을 배웠다고 생각한 J씨는 화가 나 아내를 수 차례 때렸다. 결국 아내는 숨을 거뒀다. J씨는 "머리를 까딱거리는 게 파킨슨병 증상인지 몰랐다. 이상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지만 폭행 치사혐의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게 됐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4년 3만여명에서 2011년 6만8,000여명으로 7년 새 2.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파킨슨병 환자 수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J씨처럼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환자와 보호자가 심각한 갈등을 겪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부모와 배우자를 위해서라도 이 병에 대해 알아둘 일이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해부적으로 보자면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중뇌 흑색질에 퇴행성 물질이 쌓이면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어 생기는 병이다. 대부분 환자들이 60대에 접어들면서 발병하지만 15% 정도는 50대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4대 주요 증상은 서동(徐動), 떨림, 보행 및 균형 장애다. 서동은 행동이 느려지는 것인데 침을 흘리거나 보행 중 팔 움직임이 없어지는 것,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는 '동결'증상까지 포함한다. 떨림은 편하게 앉거나 누워 있을 때도 손, 다리, 턱 등 신체 일부가 초당 4~6회의 속도로 떠는 것을 말한다. 보행 장애는 서 있을 때 자세가 구부정하고 팔, 다리가 뻣뻣해지는 특징이 있다. 환자들은 균형 장애로 잘 넘어진다.

또 환자 중에는 기억력 장애, 원인 모를 통증, 배뇨장애, 심한 잠꼬대, 우울증 등 비운동성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60대 이상이면서 이 같은 증상을 보이면 파킨슨병이 의심되므로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제대로 되는지 서둘러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초기에 발견할수록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아직 없어 치료의 목표는 증상을 완화해 환자가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능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필요한 도파민을 채워주는 일이다. 약물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분해 효소를 억제한다. 약물치료는 효과가 매우 좋지만 환자의 절반 정도는 3~5년 정도부터 약효 지속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겪는다. 약이 듣지 않을 때는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 자극술이나 시상 절제술 등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중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약효가 금세 없어진다고 환자가 마음대로 복용량을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전문의와 상의해 양을 적절하게 늘리거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벌침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한데다 독성 반응을 비롯한 부작용 위험이 커서 맞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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