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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공직이 전리품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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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공직이 전리품 안 되게

입력
2013.04.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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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40일쯤 지난 5년 전 이맘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난 정부에 임명된 수장들은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따르기 힘들다고 본다. 대통령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했다.

5년 후 박근혜 정부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답변과 첫 기자회견을 통해 "당연히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코드가 맞아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시사했다. "(일괄 교체가 아니라) 임기가 끝나는 분은 당연히 전문성과 혁신성 부분을 적용할 것이고 임기가 남았더라도 교체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그런 부분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발언의 강도가 다르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장 교체를 추진하는 행태와 명분은 같다. 정권을 잡으면 경영이 방만하고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에 물든 공공기관을 다잡고 싶어지는가 보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랬던 강만수 씨는 그 뒤 산은지주 회장이 되어 일해왔고, 정권이 바뀐 뒤 퇴진 압력을 받자 업무실적과 민간 금융기관의 독립성, 끝까지 책임지는 공인의 자세 등을 내세워 사퇴를 거부했다. 하지만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임기를 1년 정도 앞두고 물러났다.

그의 퇴진 이후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그만두었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이지송 한국토지주택(LH)공사 사장,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대표적 MB맨들이 더 일찍 그만둔 것은 보도된 바와 같다. 7월 12일로 임기가 끝나는 어윤대 KB금융회장만 남은 셈이다. 사퇴 압력과 거부ㆍ반발, 결국 퇴진으로 이어지는 전개 양상이 5년 전과 똑같다.

이 대목에서 짚어봐야 할 것은 다음 몇 가지다. 첫째, 강만수 씨처럼 정권 초기에 공공기관장의 퇴진을 종용한 바 있는 사람들은 본인 발언의 취지와 명분에 맞게 스스로 그만두어야 한다. 사퇴를 거부하고 시간을 끄는 것은 다만 추하고 비루할 뿐이다.

둘째, 정부는 사퇴를 강압하면 안 된다. 특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을 내보내려고 개인문제와 신상 비밀을 들추어 압박하거나 공작을 벌이면 공공기관장 교체의 명분을 잃고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일괄 사표를 받았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시스템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일괄 사표를 받고는 후임자를 제때 임명하지 못해 업무 공백이 빚어졌다. 임기 초 8개월 동안 공공기관장 303명의 39%인 119명이 교체됐다. 후임자 임명 과정의 로비와 먹이싸움이 얼마나 보기 흉했던가.

그러나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 100명, 상임감사 58명 등에 대한 경영평가, 감사원의 한전 등 15개 공공기관 감사 등 박근혜 정부의 '시스템 물갈이'도 표적을 상정한 퇴진압박 조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당연히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셋째, '공직의 전리품화'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내 사람, 우리 사람을 취직시키려 하지 말고 남의 사람이라도 된 사람, 일할 만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사에서 가장 잘못한 것은 내 사람만 챙긴 것이다. 친분과 이해에 얽혀 사적 동기에서 인선을 했으니 그런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리 없고 존경과 신뢰를 얻을 수 없었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공직의 전리품화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공약을 했으니 지켜야 한다. 그런데 강만수 씨 후임으로 임명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그런 기준에서 볼 때 미흡하며 실망스러웠다. 어렵사리 국무위원 임명이 끝남에 따라 정부 출범 작업이 뒤늦게 마무리됐다. 조각 인선은 볼품이 없었으니 이제부터 각종 기관장 인사에서라도 실패하지 말기 바란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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