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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일감나누기 좋은 선례로 자리잡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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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일감나누기 좋은 선례로 자리잡도록

입력
2013.04.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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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물류와 광고 물량의 절반을 중소기업에 주겠다고 발표했다. 모두 6,000억 원 규모다. 이와 함께 건설,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도 경쟁입찰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경쟁입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까지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이미 공개입찰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 LG,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계열사끼리의 내부거래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당장 10대 그룹이 광고, SI, 물류, 건설 분야의 내부거래를 반으로 줄이면 9조원 가까이가 다른 중소기업에게 돌아간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46개 대기업그룹의 내부거래 규모는 186조3,000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38.7%나 증가했다.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도 갈수록 커져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1.8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비스는 물류사업의 82%, 이노션은 광고의 52.7%를 차지했다. 땅 짚고 헤엄친 꼴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경제민주화와 상생의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앞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업종을 불문하고 처벌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일감나누기 선언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중소기업들에게 기회를 넓혀주고, 다른 대기업에게도 자극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전문성이나 보안관리문제가 있는 내부거래까지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룹총수일가의 재산을 편법으로 불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기업들의 자발적 결단과 실천이다. 그러나 그것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과거 선례에서 보듯 집권 초기에는 눈치를 보며 시늉을 내지만 언제 슬그머니 되돌아갈지 모른다. 합리적인 법과 제도로 일감나누기와 공정한 경쟁질서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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