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가 법원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정용진(45)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벌금형 상한인 1,5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소병석 판사는 18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부회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국정감사 등 불출석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정 부회장은 3차례 불출석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최고 징역 4년6월이나 벌금 1,500만원까지 선고될 수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형 유통업체인 신세계그룹의 부회장이자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총수로서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해,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논란이 되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된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나가 의원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고 기업인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법률적 의무이자 국회와 국민에 대한 의무였다"며 "그럼에도 2차례 국정감사와 1차례 청문회 출석 요구에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계속 불응해 국회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형사적 책임을 물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예정일 전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고 전문경영인을 대신 출석시키는 등, 징역형은 너무 가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혹자는 1,500만원이 재벌인 피고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죄를 저질러도) '이 정도로 가볍게 끝나는구나' 생각할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벌금형을 선고하지만, 같은 범행이 반복되면 집행유예, 또 반복되면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형사 양형의 일반적인 절차임을 명심하길 바라며 같은 상황이 생기면 성실히 법률적 의무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 부회장 측은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정식재판에 넘겨졌던 정지선(41)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24일, 신동빈(58)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은 26일 각각 열릴 예정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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