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용노동청이 이마트의 직원 사찰 및 노조 탄압 사건에 대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한 것은 최근 대기업 오너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는 경제민주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고용청과 검찰은 지금까지 대기업의 노조 탄압 등 각종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부분 실무자 사법처리나 벌금형 약식기소 수준에서 처리해왔다. 하지만 이마트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의지가 남달랐다. 서울고용청은 이마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기간을 2차례나 연장하며 위법 사항을 샅샅이 뒤졌고, 5차례의 압수수색과 90여명의 참고인 소환을 통해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세게' 진행되던 수사의 칼날이 결국 정 부회장에게로 겨눠진 셈이다.
재벌 총수가 고용노동부에 소환되는 것은 1993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소환됐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그때는 김영삼 대통령 집권 직후로 이인제 당시 노동부 장관이 기업에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된 5,000여명의 노동자 복직을 지시하는가 하면, 현대차 울산공장 방문 시 경영진보다 노조 간부들을 먼저 만나는 등 정부가 노골적으로 노동계를 편드는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에서 김 회장도 소환됐던 것이다. 즉 지금과는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전혀 달랐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이마트에 대한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노동계조차도 "이마트 사건은 고용부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파헤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재벌 규제를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이라는 큰 목표 아래 집권 초기 기선 제압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서울고용청이 이마트를 강하게 수사해왔지만 정 부회장까지 소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대기업 오너까지 거침없이 소환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부응으로 보이며,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또 "정 부회장 소환은 다른 기업에도 '노동관계법을 어기면 오너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줘 법 위반을 예방하는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재계에 '정부가 자본ㆍ경제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일종의 본보기, 기선 제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마트에 대해서는 철저히 하고 있지만 정부가 현대차 불법파견과 삼성반도체 백혈병 발병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의 재분배, 노동자의 교섭력 강화라는 온전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마트 사건에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증거들을 꼼꼼히 체크해 핵심까지 밝혀낼 것"이라며 "예전처럼 '고용부는 사용자 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고용청은 지난주까지 참고인 조사를 모두 마치고 이번 주부터 신세계 및 이마트 간부 등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르면 이 달 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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