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으려고 해요, 도와주세요”
지난 15일 오후 10시쯤, A(20)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그 날 오후 A씨의 고향 친구 김모(20)씨가 “이렇게 살 바엔 평소 마음 먹었던 걸 해야겠다”고 말한 후 행적이 묘연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입 실패와 부모의 별거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김씨가 A씨의 집 인근인 서대문구 홍은동 한 마트에서 번개탄을 사 갔다는 것을 알고서 A씨는 김씨를 쫓았지만 지하철 6호선 새절역에서 놓치고 말았다. 역무실로 가 자초지종을 말한 뒤 도움을 청한 A씨는 직원으로부터 “교통카드에는 신당역에서 내린 기록이 있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관할 서울중부경찰서 직원 50여명은 김씨가 밀폐된 공간을 찾아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근 숙박업소를 뒤지기 시작했다. 탐문하던 경찰은 한 모텔 직원으로부터 “김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손님이 좀 전에 들어 갔다”는 말을 듣고 급히 방문을 열었다. 이 때가 오후 11시 50분쯤으로 경찰 신고 후 두 시간 만이다. 김씨는 가스가 새지 않도록 객실 창문과 출입문 틈을 청테이프로 막고 번개탄에 막 불을 붙이려던 찰나였다. 경찰관계자는 “친구의 신속한 대처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