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잡을 데 없는 '퍼펙트 우승'이다. 정규리그 2위팀 모비스가 플레이오프 전승으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4회 우승 금자탑은 KCC(5회) 다음으로 최다 우승 2위 팀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 정규리그 13연승, 4강 플레이오프 3연승, 챔피언 결정전 4연승으로 연승 숫자를 '20'까지 늘렸다.
모비스는 1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SK를 77-55로 제압했다. 이로써 4승을 쓸어 담은 모비스는 2005~06 시즌 삼성에 이어 역대 통산 두 번째로 4전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또 유재학 감독은 3년 마다 우승(2007ㆍ2010ㆍ2013)을 거두는 기분 좋은 '3년 징크스'를 이어갔다.
모비스의 통산 4번째 우승은 '만수'와 '판타스틱 4'의 합작품이다. 올 시즌 뚜껑을 열기 전부터 9개 구단 감독들이 '우승 후보 1순위'로 모비스를 꼽았지만 '판타스틱 4'가 엇박자를 내며 정규리그는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의 수를 꿰뚫는 만가지 수를 가진 '만수(萬手)'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고, 양동근-김시래-문태영-함지훈으로 이뤄진 '판타스틱 4'가 위용을 뽐냈다. 시즌 초반 교통 정리가 안 돼 잠시 혼선을 빚었지만 막판 정규리그 13연승, 4강 플레이오프 3연승, 챔피언 결정전 4연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모비스 양동근은 기자단 만장일치(78표 중 78표)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양동근은 2006~07 시즌에도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한 적이 있다. 양동근은 챔프전 4경기에서 평균 14.2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양동근이 공ㆍ수에 걸쳐 보이지 않게 팀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며 "1, 2차전에서 결정적인 슛으로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고 칭찬했다. 양동근은 부상으로 상금 1,000만원과 MVP 트로피를 받았다.
반면 정규리그 1위팀 SK는 2001~02 시즌 이후 11시즌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1승도 따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2002년 4월15일 오리온스와의 챔프 5차전 승리 뒤 4,020일 만의 승리 기회 역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유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빨리 끝내려고 서두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고기를 먹어본 경험이 많은 모비스 선수들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을 36-30으로 앞선 모비스는 3쿼터 시작과 함께 함지훈의 뱅크슛과 김시래의 버저비터 3점슛이 들어가 41-30으로 달아났다. 3쿼터 중반 41-38까지 쫓겼지만 양동근이 3점포를 포함해 내리 7점을 몰아쳐 다시 48-38로 점수차를 벌렸다.
승기를 잡은 모비스는 4쿼터에 양동근이 쐐기를 박았다. 58-47로 리드한 종료 7분15초 전 질풍 같은 드리블로 2점을 올렸고, 6분12초를 남기고는 왼쪽 코너에서 미들슛을 꽂아 넣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양동근은 팀 내 최다인 29점을 넣어 공격을 이끌었다. 함지훈은 11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9점 7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신인 가드 김시래는 7점 8어시스트로 경기를 조율했다.
다급한 SK는 약속된 공격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슛을 쏘기에 급급했다. 리바운드에서도 25-34로 열세를 보여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SK의 주포 애런 헤인즈는 7점에 묶였고, 김선형 역시 4점으로 부진했다.
울산=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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