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세 살 난 꼬마에게 동화 한편씩을 들려주던 기억이 있다. 그 첫 마디는 대개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king named ~'(옛날 옛적에 ~라는 왕이 살았는데...)식이다. 나이 30, 40이 되어도 잘 모르는 on 과 upon의 차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들은 그냥 옛날 얘기의 첫 마디라고 송두리째 받아 들였을 것이다.
'Your grade will depend on your homework.'(여러분의 학점은 숙제에 달려 있다)에서 처럼 depend on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며'depend upon'보다 15배나 더 많이 쓰이고 있다. Upon은 'Upon my word!'(맹세코, 정말이지)나'Once upon a time'처럼 관용구나 고전에서 주로 쓰일 뿐 일상적인 용례는 아니다. 어떤 학자는'I want to go to the movie with you, but it depends upon whether my mom will let me.'처럼 upon은 그 자체보다는 뭔가 제3의 요소에 의존하거나 영향을 받을 때 사용된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upon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on과 비슷한 의미인데도 불구하고 식자층이 폼을 잡거나 공식 문구에서 관례상 쓰이기 때문이다.
고전 관용구와 현대어의 혼용 예는 더 있다.'While I was sleeping'처럼 while은 일반적인 접속사로 사용된다. Whilst의 경우 영국에서는 여전히 잘 쓰이는 반면 미국에서는 구식으로 취급 돼 사용을 되도록 피하고 있다. Among과 amongst도 마찬가지다. 둘 다 표준어임에도 불구하고 among이 더 많이 쓰인다. amongst는 미국보다 영국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전세계 영어에서는 among이 18배나 더 많이 쓰인다. Amid와 amidst는 둘 다 사용에 문제가 없지만 후자가 문어체에서 더 많이 쓰이며 미국에서는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Amongst나 whilst의 어미에 -st 가 붙는 것도 이들 어휘가 그만큼 고전임을 말해주는데 1850년을 전후하여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급격히 사용 폭이 줄어들고 있다.
어느 논문 전담 편집자는 교수나 학자가 논문에서 whilst나 amongst 등을 사용할 경우 고쳐주지 않는다고 한다. 고전이고 구식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며 어느 말을 쓰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상 대화에서 유별나 보이지 않으려면 당연히 보편적 어휘인 while과 among 등을 사용하는 것이 듣기에도 부담이 적고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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