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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헌법이 부인한 지도자… 상상력 가미해 우회적 표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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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헌법이 부인한 지도자… 상상력 가미해 우회적 표현한 것"

입력
2013.04.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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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없이 친일파 감싸 임시정부·4·19 등 '두번의 탄핵'그런 인물의 우상화는 반역사적패러디에 객관성 요구는 잘못… 총 10편… 예정대로 만들 것

1960년 자유당 정권에 항거해 제2공화국을 탄생시킨 4ㆍ19혁명. 그 중심에는 장기독재와 부정선거라는 불명예를 안고 하야한 이승만 대통령이 있다. 혁명후 53년을 맞는 오늘날 그의 행적과 역사적 평가를 둘러싸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간에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발단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제작 공개한 동영상 '백년전쟁'이다. 공개후 200만명이 시청한 데 이어 조만간 4ㆍ19와 이승만을 본격 조명한 후속편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맞서 보수단체인 이승만포럼(공동대표 인보길 이주영), 이승만연구원(원장 류석춘)은 '백년전쟁'을 반박했고, 이승만의 독립운동과 정부수립 후 정치를 긍정적으로 조명한 동영상 '건국의 예언자 이승만'을 7부로 제작해 1편 '생명의 길(제 1부 이승만시대)'을 22일 배포할 예정이다. 15일 이승만기념사업회는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한 민ㆍ형사 소송 모금운동도 시작했다.

이번 논쟁의 발화점이자 한국현대사의 가장 첨예한 논란을 펼치고 있는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과 류석춘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보았다. 임 소장은 "이승만 독재에 저항한 4ㆍ19가 바로 헌법정신이며 4ㆍ19에 의해 역사적, 정치적 평가가 끝난 인물을 기념,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반면 류 원장은 "4ㆍ19 직전 이승만 정권이 잘못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서 이승만 전대통령을 친일파로 규정하며 현대사 논쟁의 불을 지핀 임헌영(72)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추후 이어질 소송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 임 소장은 16일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백년전쟁'의 사실왜곡, 사진 조작 등 논란에 대해 "역사 다큐멘터리도 감독의 창작물이자 예술작품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이런 논란이 있고 난 후 여러 관점의 역사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법정 소송과 관련, 추후 공식기자회견과 함께 자료집과 원본들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한편 "총 10편으로 계획한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만들 계획"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인터뷰에는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 박한용 연구실장 등이 배석했다.

-보수단체는 '백년전쟁'의 내용을 토대로 민족문제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국가관을 공격하기도 하는데. 대한민국, 이승만, 4ㆍ19를 어떻게 봐야 하나.

"국가관을 집약한 우리나라 헌법은 3ㆍ1운동, 4ㆍ19정신을 근본으로 만들어졌다. '4ㆍ19정신으로 돌아가라'는 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다. 오히려 4ㆍ19에 의해 비판받아 추방당한 정치지도자를 추앙해서, 다시 우리 역사의 지표로 삼으려는 사람들의 국가관을 의심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헌법 전문이 부인한 지도자를 국민 우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대단히 반역사적, 반민족적, 반민주주의적 행동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에 이승만 이름은 없는데.

"사전은 학술적 결과물로 명확한 친일 근거를 바탕으로 쓰였다. 백년전쟁은 역사다큐로 감독의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 예술품이다. 이승만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불신임 받아 탄핵됐고, 집권 후 4ㆍ19로 두 번 탄핵 당한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근대 식민지 치하에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했던 만큼의 치열한 항일독립운동을 한 적이 없고, 집권 뒤 국민으로부터 배척 받을 때까지 친일파를 감쌌다. 다큐는 이런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백년전쟁' 반향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짐작했나? 언제부터 준비했나?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아직 정착이 되지 않은 결과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잔재청산이 가장 중요한 기관인데, 이 과정에 자꾸 방해세력이 생겼고, 민주화가 안 된 상황에서 친일청산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왕과 대통령을 동일시하고, 대통령을 민주주의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있다. 4ㆍ19를 겪었지만 이승만의 잔재가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 정권에서 이승만기념관이나 동상 건립하려는 시도도 있지 않았나. 올바른 지도자상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동영상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형식이지만,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선택했다."

-백년전쟁은 '역사다큐멘터리'이다. 다큐는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사료에 충실하다 하더라도 다큐는 예술작품이다. 감독의 패러디방식에 대해 객관성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정한 평가는 논문 같은 학술적 방식으로 해야 한다." (조세열 사무총장은 다큐가 이승만을 희화화 했다는 보수단체의 지적에 대해 다큐의 목적이 바로 희화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백년전쟁 시리즈 중 4ㆍ19 관련 내용은 무엇이고 언제 공개하나.

"4ㆍ19정신을 이어 만든 제 2공화국의 내각책임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우리나라도 빨리 내각책임제로 개헌해야 한다. 4ㆍ19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다. 3편이나 4편에 포함될 것이다. 배포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은

이승만 이후 역대 정권 조명한 영상 시리즈'백년전쟁'은 이승만 이후 역대 대통령을 통해 대한민국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민족문제연구소가 10편의 시리즈물로 기획, 제작했고 광고감독 출신의 김지영 씨가 감독을 맡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순수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반민족적 인물이었다는 내용의 1편 '이승만의 두 얼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의 주역이란 신화를 깨는 2편 '프레이저 보고서-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가 나왔다. 이어 '프레이저 보고서'의 후속편을 5월 중 발표하고, 4ㆍ19를 비롯해 앞으로 이승만 하야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까지 100년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를 다룰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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