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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원고를 반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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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원고를 반려하며

입력
2013.04.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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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보면 유쾌한 경우도 많지만 난처한 경우도 많다. 그 중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불편해지는 순간은, 책을 내달라고 보내온 원고를 돌려보내야 할 때다. 이것을 출판사에서는 원고반려라고 표현한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의 경우, 일주일에 서너 권 분량의 원고들이 꾸준하게 투고된다. 분야도 다양해서 소설도 있고 산문집도 있고 일정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논픽션도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 원고들의 공통점은 저자들의 지적 정신적 감성적 열정을 담고 있다는 것일 테다. 그래서 함부로 다룰 수가 없다. 하지만, 모든 원고를 책으로 묶을 수는 없다. 책으로 묶을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별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예술성과 독자성, 그리고 시장성을 중요하게 본다. 이 세 가지 기준에 어느 정도의 수준을 충족시켜줘야 비로소 책을 내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원고를 맡긴 이의 바람과는 달리 책으로 묶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든 원고는 저자에게 돌려보내야 한다. 이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총평을 써서 보내게 된다. 반려 사유에 해당하겠다. 나름대로는 공손하고 친절하게 써서 보내지만, 반려를 받는 입장에서는 어쨌든 자신의 선의가 오해를 받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부디, 내 손을 떠난 원고들이 나보다 눈밝은 편집자를 만나 넉넉한 책의 옷을 입기를 바랄 뿐. 거기까지가 내 할 일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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